中폐지 수입 제한에 골판지 업계 '반사이익'

골판지 가격, 지난해 최고 148원→올 3월 90원 급락
그간 폐지 가격 상승, 지난해 3분기까지 업계 실적↓
골판지 업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
최근 폐지 가격 하락으로 겹호재, 주가 최고 2배↑
  • 등록 2018-03-29 오전 11:07:53

    수정 2018-03-29 오후 7:15:51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아세아제지 시화공장 전경. (사진=아세아제지)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국내 수급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골판지 원지 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에 원재료인 폐지가격 하락이 겹쳐 호황을 맞고 있다.

29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48원까지 올라갔던 ㎏당 폐지가격(이하 수도권 기준)은 올 3월 현재 90원으로 급락했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이달부터 시행한 중국의 환경 기준 강화 때문. 강화 조치로 그동안 국내 폐지 무역의 절반가량을 차지해온 대중국 수출이 확연히 줄었고 자연스레 국내 폐지 수급은 원활해졌다. 골판지 업체들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해당 업체들의 주가는 올 들어 최고 2배까지 올랐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만해도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은 폐지가격 상승세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6년 평균 ㎏당 폐지가격은 80원이었지만 꾸준히 올라 지난해 140원대를 찍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아세아제지(002310)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86억원에 머물렀다. 골판지 원지 업계는 지난 8월 제품가격 30% 인상으로 폐지 가격 상승세에 대응했다. 아세아제지는 결국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53억원을 올리며 흑자 마감했다.

또 다른 골판지 원지 업체인 신대양제지(016590) 상황도 비슷하다. 신대양제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9억원이었다. 하지만 4분기를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은 28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치 영업이익의 절반(188억원)가량을 4분기에 올린 것이다.

폐지가격 하락으로 올해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등 골판지 업체들이 최소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골판지 업체들이 과거 큰 호황을 누렸던 2012년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완제품인 원지가격 인상과 폐지가격 하락이 동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당 폐지가격은 지난해 3월 112원에서 꾸준히 올라 10월에는 148원으로 32%까지 올랐다. 골판지 원지 업체들은 원재료인 폐지가격 상승에 따라 원지가격을 지난해 초 15% 올린데 이어 8월에 다시 30% 인상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상황이 바뀌었다. 폐지가격이 안정을 찾은 후 하락하기 시작한 것. 업계에서는 폐지가격 하락 원인으로 중국의 ‘수입고지(폐지) 검역 강화’를 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로 폐지 오염 한도를 1.5%에서 0.5%로 강화했다. 환경오염을 부르는 저질 쓰레기 폐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중국은 폐지 수입물량 제한(쿼터제)도 병행 중이다. 연초 중국 춘절과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자연 수요 감소분에 더해 이달 검역 강화까지 시행하자 국내 폐지가격은 급속히 안정을 찾았다.

관련 추이는 수·출입 통계로도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2월 기준 국내 폐지 수출량은 전년대비 43.4% 줄어든 6만 1172t이었다. 반면 수입량은 전년대비 8.3% 늘어난 27만 7975t이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검역 강화 조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이달 수·출입 동향도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폐지가격 안정화에 바로 반응했다. 아세아제지 주가는 올 들어 최저(1월 15일) 1만 7850원에서 최고(3월 22일) 3만 1100원으로 1.7배가량 뛰었다. 신대양제지 역시 최저(1월 23일) 3만 2550원에서 최고(3월 22일) 6만 9500원으로 주가가 2배 정도 올랐다.

골판지 업계 호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 제품 단가도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지 제조사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올려 놓았다”며 “이어 폐지가격 하락에 택배·포장재 등 국내 수요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 업체들의 실적은 앞으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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