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1차 회의(킥오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이르면 8월 전에 개편작업을 마무리하고, 공정위는 9월께 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은 산업화 고도성장기 시대에 만들어진 법률로 한국경제는 그 단계를 지나 양극화가 심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은 한국경제의 혁신성장에도 지대한 장애인 만큼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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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최근 경제환경이나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한 만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가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간 27차례 부분 개편이 이뤄지면서 공정거래법 체계가 흔들린 터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CJ, 신세계 등 범 4대 그룹이 우리나라 기업의 총자산의 3분의2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과거 제도만으로는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만 별도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위원회는 우선적으로 뒤죽박죽 얽혀있던 공정거래법 체계 및 구성을 재정비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불공정거래행위 조항과 시장지배적지위남용 조항간 중복 적용 △경제력집중억제를 위반 부당지원·사익편취조항이 불공정거거래행위금지조항(5장)에 위치하는 문제 △기업결합조항과 경제력집중억제 조항(지주회사 등) 이질적 조항을 동일한 조항(3장)에 규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재벌의 사익편취 문제는 경제력 집중을 이용해 오너일가 승계 문제가 발생하지만,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에 있다보니 경쟁제한성 문제도 따져야 한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는 편법적인 재벌승계가 이뤄지더라도 경쟁을 제한하지 않으면 위법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재벌 집중 문제를 개선하려고 해도 번번이 상급심에서 번복되는 이유다.
공정위는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나타나는 알고리즘 답합, 데이터 독점 등 신유형 경쟁제한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할 방침이다. 과거 사업자간 ‘짬짬이’를 통한 담합과 달리 최근에는 AI(인공지능)을 통한 담합이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항공권 예약과 롼련해 사업자가 동일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 현행법에서는 알고리즘 담합을 사업자간 합의로 볼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제재를 할 수 없다.
이외 기업결합(M&A) 심의 관련해 빅데이터 등 가치를 따지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는 매출액 기준으로 일정 자산 이상 넘으면 공정위에 경쟁제한성 신고의무가 있지만, 빅데이터는 자산가치가 없기 때문에 빅데이터 독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위원회는 민·관 합동위원장으로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끌고 간다. 이외 21인 위원을 포함해 총 23인으로 구성했다. 특별위원회는 향후 논의할 과제를 확정하고, 산하 분과위원회에서 마련된 분야별 대안을 종합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분과위원은 특별위원회 소속 22인 위원이 개별분과위원회 위원이 돼 분야별 대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경쟁법제 분과는 김재신 경쟁정책국장, 기업집단법제 분과는 신봉삼 기업집단 국장, 절차법제 분과는 유선주 심판관리관이 각각 간사를 맡아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