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대주교는 정년이 돼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정진석(81) 추기경의 뒤를 이어 5월10일 교황 베네딕도 16세에 의해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염 대주교는 “서울 대교구 제14대 교구장이라는 이 엄청난 직책은 부족한 제게 너무 무겁고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면서 “다만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만을 믿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고 밝혔다.
“주님은 당신의 일이 드러나기 위해 부족한 저를 택하셨습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그 분의 영광이 드러나기만을 바라며 교황 성하의 임명에 순명했습니다.”
염 대주교는 “저는 자랑스러운 전임 교구장님들을 생각할 때 말할 수 없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한편 교회 안 밖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면서 “저는 전임 교구장님들의 훌륭한 사목을 잘 이어가며 계승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교황 성하께서는 무엇보다 저를 착한 목자로 봉사하도록 임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착한 목자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요한 10,10)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저를 착한 목자로 세우시면서, 양들을 사랑하도록 명하셨습니다”면서 “저는 어떤 특정 계층을 위한 목자가 아니고 모든 이들을 위한 목자로 파견됐습니다. 노인에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나, 모든 인간이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하나의 가족,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착한 목자가 할 중요한 일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제게 맡겨진 양떼들을 제때에 돌봐주고, 먹을 것을 주고, 가르치며, 다스리도록 헌신하겠습니다”는 마음이다.
가장 먼저 생명 존중과 수호를 강조했다. “우리 교회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생명존중’과 ‘생명에 대한 수호’는 하느님 창조질서에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죽음의 문화에 맞서 용감하게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사회를 향해 실천해야하는 힘찬 예언자적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복음화에 앞장설 것도 천명했다.
“우리교구는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추진하신 ‘복음화 2020운동’으로 교세가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고자합니다. 올바른 복음 선포를 위해 끊임없는 내적인 쇄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가 돼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선교의 노력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아시아를 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청년층에 대한 집중적인 선교를 약속했다.
노인, 다문화가정 선교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노인 사목이나 다문화가정의 사목, 늘어나는 냉담자들의 비율, 성소자 계발 등은 우리 교회 사목의 시급한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우리 교회 앞에는 풀어야 할 많은 사목적 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성령의 열매를 맺도록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 나갑시다.”
염 대주교는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한다. “오늘 6월25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62년 전에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아픔이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교황 베네딕도 16세 성하로부터 부여받은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책임을 다하며, 두 토막 난 한 몸의 아픔이 치유되고, 새 살이 돋고,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날 미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와 전임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 등이 축사를 했다. 정·관계 인사, 타종교 대표, 주한 외교사절, 한국 천주교 주교단 29명, 사제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