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직후 닷새 동안 입을 꾹 닫고 있는 김길태의 마음을 연 것은 프로파일러도 전문 수사팀도 아닌 '사회선배'로 다가온 한 형사였다.
김길태의 자백을 이끌어낸 조사팀 박명훈 형사에게 그간의 심경변화를 들어봤다.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지난 10일 검거된 직후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김길태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인간적으로 가까이 지내기로 한 '온건팀', 사건 기록과 데이터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조사하는 '사건분석팀', 김길태에게 심리적 압박을 하는 '강건팀', 김길태의 행적을 추적해 보는 '추적팀' 등 형사 3명씩 4개팀을 꾸려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
온건팀에 속한 박명훈 경사는 11일 오전 10시 처음으로 김길태와 대면했다.
이 자리에서 박 경사는 "이 모양이 실종됐다.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너무 가엽다. 너보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중학교에 입학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며 말을 꺼냈지만, 김길태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냐" 등 말을 맞받아치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김길태가 진술조사를 받은 뒤 잠시 쉬거나 밥을 먹을때 박 형사는 담배를 권하면서 어릴적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에 대해 추궁하기 보다는 어릴적 성장과정과 학교를 중퇴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친분을 쌓았다.
이 양과 관련해서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모른다'고 화를 내던 김길태는 갈수록 이 양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김길태는 "젊은 나이에 교도소 생활을 오래해서 사회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직장을 구할 수 없다. 젊었을 때 일이 후회스럽다"고 말하는 등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교도소에서 운동을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간혹 웃음을 보였다.
14일 오전 거짓말탐지기와 뇌파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김길태는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미 교도소 생활을 오래한 김길태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게 되면 자신의 거짓이 드러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가 끝난 뒤에도 김길태는 강박증 같은 불안함을 보였고, 경찰은 조사 대신 프로파일러와 면담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 김길태는 "모든 것을 털어 놓겠다"며 박명훈 형사를 찾았다.
조사실에 들어선 박 형사는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마음을 풀어 놓고 얘기를 해라"고 말했고, 김길태는 갑자기 흐느끼면서 "모두 제가 다 했습니다"고 닷새동안 다문 입을 한순간에 털어놨다.
김길태는 말을 하는 동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괴로워 하며 "제가 죽일 놈입니다. 이 양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뒤늦은 후회의 말을 했다.
이후 15일 이어진 경찰조사에서 김길태는 '자포자기'한 듯 그간의 행적과 이 양을 성폭행, 살해한 구체적인 사실을 털어놓으며 순순히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모든 진술은 박명훈 형사에게만 털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