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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독일 정부와 보다폰, 도이체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독일의 이동통신망 운영 사업자들은 2026년 말까지 5G 핵심 네트워크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가 만든 부품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이외 전송선이나 기지국 등 물리적인 부분을 포함해 접속 및 전송 네트워크에서는 2029년까지 중국산 부품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핵심 네트워크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즉 데이터가 집중되는 망을 뜻한다.
기업들은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동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독일의 핵심 네트워크는 물론 시민, 기업, 국가의 의사소통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보 위험을 줄이고 과거와 달리 일방적인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오랜 기간 러시아 석유·가스에 크게 의존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었다. 이에 다른 부문에서도 특정 국가에 의존해선 안된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고, 이번 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독일 5G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화웨이는 즉각 반발했다. 화웨이의 대변인은 “자사 기술이 사이버 안보 위험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시나리오는 없다”면서 “우리는 독일에서 혁신적이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장비 공급업자로 발전해왔다. 고객 및 파트너와 건설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사이버 안보의 개선과 진전을 촉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ZTE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경제, 무역 및 기술 문제를 정치로 전환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술 교류를 방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주재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기술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자를 억압하려는 시도이자 노골적인 정치 차별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은 양측 간 상호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간 관련 분야의 미래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은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며, 중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중국이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만큼, 이번 조치가 양국 간 무역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정부는 지난주 국가안보를 이유로 폭스바겐 자회사가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차단했다. 중국은 또 지난달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유럽연합(EU)과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