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진입 막혀…日자위대, 빈손으로 돌아올 수도

日정부 "최악의 경우 자위대 철수할 수도"
탈레반이 검문소 지키는데…"공항까지 스스로 와라"
26일 IS 자폭테러로 경계 한층 삼엄해져
  • 등록 2021-08-27 오후 3:18:55

    수정 2021-08-27 오후 3:18:55

카불 공항 인근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당한 아프간인(사진=알자지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일본인과 협력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카불로 향했던 자위대 수송기가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하고 철수할 상황에 처했다. 대피를 원하는 이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데다 카불 공항 인근에서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탈레반의 검문이 한층 강화한 탓이다.

27일 마이니치신문은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 시한이 8월 말로 다가오면서 일본인과 일본 대사관에서 일하는 아프간 현지 직원들의 대피를 위한 자위대의 지원 활동이 중단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시간 26일 오후까지 항공자위대 소속 수송기가 카불 공항에 두 차례 들어갔지만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수송에 실패하면서다.

일본 정부의 대피 지원 대상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최악의 경우 자위대 철수를 강요당할 수도 있다”며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군이 31일까지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가운데 자위대가 대피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은 26일과 27일 이틀뿐이지만 현지 혼란이 계속되면서 수송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아프간에 남은 자국민과 협력 현지인을 대피시키려 카불로 향했지만 빈손으로 회항했다(사진=AFP)


일본 정부가 이송하려 했던 대상자 500여명은 공항으로 향하는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피 희망자들에게 자력(自力)으로 카불 공항까지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공항으로 이동하는 검문소를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 상당수 탈레반 조직원들이 문맹인 탓에 대피 허가서를 제시해도 현장에서 돌려보내지기 일쑤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26일 밤 카불 공항 인근에서 IS가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며 탈레반이 경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공항 주변에 검문소를 설치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몰려든 군중에 위협 사격을 가하거나 추격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탈레반에 자국민 검문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6일 일본 FNN에 “현지 일본인은 아프간을 떠날 이유가 없다”며 자위대에 조기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외무성은 대피 희망자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한꺼번에 공항까지 이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확보한 현지 전세버스로 공항 검문을 통과해 희망자들 전원을 이송하는 데 성공한 한국 정부가 쓴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외무성 간부는 “공항행 버스라는 사실을 알면 동승하려는 사람이 몰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막상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미군기에 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며 탈출 인파가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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