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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블루칩 아파트(랜드마크 단지)는 집값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오르고 상승폭도 가장 크다. 집값 하락기에도 시세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을까, 틀릴까.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블루칩 아파트(대장주 아파트)는 탄탄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활황기에는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불황기에도 시세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집값이 오를 때 다른 일반 아파트들보다 더 많이 오르는 것은 맞다. 시장 호황기에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내리는 침체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블루칩 아파트 매매값이 다른 단지들보다 낙폭이 더 큰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장주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KB 선도아파트 50지수’(이하 선도50지수)는 전월 대비 -1.54%로, 지난 2012년 8월 -1.63% 하락한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0.71%)과 올해 1월(-1.03%)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이다. 석달 연속 하락한 것도 2013년 6~8월 이후 처음이다.
선도50지수는 KB국민은행이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매달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전국 랜드마크 단지들의 매매가 변동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대형 우량주만 뽑아놓은 ‘코스피200’과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선정된 시총 상위 50개 단지에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비롯한 고가 신축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 등이 포함됐다. 경기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대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규모가 큰 고가의 대단지 아파트들도 들어가 있다. 각 지역에서 가격이 비싸면서 규모도 큰 단지들이다.
“블루칩 단지의 거래 동향을 투자 풍향계로 삼아야”
그렇다면 블루칩 아파트의 가격 변동성이 큰 이유는 뭘까. 블루칩 아파트는 대체로 1000가구가 훌쩍 넘는 대단지이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매물 자체가 1000가구 안팎의 중소 규모 단지들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매물이 많으면 거래 건수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거래가 이뤄지면 시세 포착도 쉽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장에는 호가를 높인 매물이, 하락장에선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매매된 몇 건의 실제 거래가격이 해당 단지의 시세 상승과 하락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단지 규모가 작을 경우 거래 사례가 거의 없어 정확한 시세가 얼마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도 거래 사실이 없어 옛 시세를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다.
블루칩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가격을 선도하는 대단지로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선도50지수의 움직임을 보면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대장주 아파트 매매값이 먼저 움직이면 주변 중소 규모 아파트가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을 사거나 팔 때는 블루칩 아파트의 동향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격 변화가 더딘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다세대주택을 사고 팔 때는 블루칩 단지의 거래 동향을 투자의 풍향계로 삼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