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가계부문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내유보금 과세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발단이다. 최 부총리는 16일 “한국의 배당 성향이나 투자를 보면 기업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세나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 순익이 기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세는 명백한 이중과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회사의 안정성과 투자역량 증진에도 사내유보금은 꼭 필요하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결코 시행돼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관비, 영업외 손익, 법인세, 배당금을 빼고 남은 이익을 사내에 쌓아둔 금액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경제원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득(得)보다 실-사내유보금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는 지난 1991년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이중과세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도입 10년 만에 폐지되었던 정책”이라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가 득보다 실이 큰, 마음만 앞서 이론과 현실을 모두 무시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연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의 기본 시각은 사내유보금을 남는 돈으로 보는 것인데, 실상 사내유보금은 미래에 사용할 돈이지 남아도는 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내유보금 과세가 국부유출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사내 유보금이 많은 대기업의 대부분 발행주식이 외국인 소유 지분 40%대를 초과한다는 점에서 내수 진작 효과보다는 국부의 해외 유출 정도가 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투자처를 못 찾는 돈을 강제로라도 끌어내 내수 진작용 소비에 쓰겠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걱정인데, 잠재역량을 강화하기 보다는 나누어 소진하겠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기업의 순수한 현금보유규모는 전체 사내유보금의 15%에 불과하다는 게 현 원장의 설명이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 현 원장은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미배당금’ 혹은 ‘투자 및 사내유보금’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