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절감 10대 기본원칙'에는 효율을 내세운 예산의 유사·중복 조정 및 통폐합 추진이 반영되어 있다. 그동안 대표적 예산낭비로 지목된 지방공항건설, 지상파 DMB 중복투자, 관공서 운영비 10% 절감 등이 그 사례다.
이와 함께 얼핏 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이명박 정부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그럴듯도 한 재밌는 사례들도 있다. 교도소 운영의 민간 이양 검토, 사법당국에의 벌금 수입 강화 검토 등이다. 새 정부의 눈에 띄는 예산지침 사례를 살펴본다.
◇ 가난한 대학생 '모두'에게 장학금 지급하라
현재 대학 신입생에게만 주고 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장학금을 대학생 전원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하는 예산 지침도 나왔다. 추진 일정은 오는 2011년까지다. 같은 맥락에서 소득 분위별로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저리를 적용하는 이차보전 대상도 확대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렵게 대학교를 나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또 대선 후보시절 고학생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교육으로 가난의 고리를 끊겠다는 언급도 매우 자주했다. 기초생보자 장학생 수급대상 확대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몰입교육 이야기를 꺼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영어 공교육 역시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추진된다. 재정부는 예산 지침상 교육 예산중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은 `영어` 공교육과 학교교육 내실화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것을 주문했다. 원어민 영어보조강사를 확대하는 등 영어 교육 내실화를 추진한다는 내용.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소신은 여전한 셈이다.
◇'벌금' 더 걷어서 자체 수입 늘려라
정부는 기초질서를 잘 지키기만 해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판단이 예산 지침에도 반영됐다.
문제는 `벌금` 부분. 기초질서을 어긴 것에 대해 벌금을 징수하는 것이야 당연할 지 모르지만, 한편으로 경찰이 벌금을 더 걷어내기 위해 함정 단속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나 언제 어디서 당국이 벌금을 부과하러 올 지 모른다는 기분을 안고 사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일이 못된다.
◇교도소도 민간이 운영토록?
민간의 효율성을 활용하면서 나온 것이 교도소 운영과 주요시설 경비 아웃소싱 등이다.
민간 교도소 운영은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꽤 많이 도입돼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까지는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미 제도적 장치는 돼 있고 범기독교계 헌금으로 지어지는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착공 예정에 있다.
민간에서 딱히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 재정부 관계자는 "재소자 관리 등을 이유로 교도소 사업을 하려는 민간 사업자가 현재까지는 없지만 검토해볼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도소 사업이 사업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형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뛰어 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 외국에서 가끔 들려오는 호텔식 교도소 등이 그런 사례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가서도 밖과 다름없는 호의호식을 하는 죄인이 용납될 지는 의문이다.
주요시설 경비 아웃소싱의 경우도 현재는 청경에게 맡기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본격화될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 직원이나 KT그룹 산하 KT텔레캅 직원이 청와대 혹은 정부 청사를 경비하는 날도 올 수 있을 전망이다.
◇군 장병 침대 서둘러 교체
군장병 사기증진과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투자 확대도 눈에 띈다. 특히 오는 2013년을 목표로 시행하고 있는 병영생활관 개선사업을 2012년으로 앞당기는 사업이 주요 사업으로 제시됐다.
군장병의 관심사중 하나가 월급 인상.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상병의 월급은 2만5000원에서 매년 1만여원씩 올라 올해는 8만8000원까지 왔다. 내년에 오를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8만8000원까지 인상되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 왔다는 의견이 있다"며 "계속 올릴 지 향후 1∼2년은 그대로 묶어두고 다시 올릴 지 여부는 예산 형편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잠 자는 `유가완충준비금` 자원개발에
기획재정부는 2009년 예산편성지침을 내리면서 지식경제부에 99년 이후 사용실적이 없는 유가완충준비금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에너지나 자원개발 자금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완충준비금은 지난 95년 유가 폭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막을 최후의 안전판으로 도입됐다. 정부가 유가 비상사태시 정유사 등에게 일정 부분의 손실을 보전해 주되 가격은 동결, 충격을 막자는 취지였다. 당초 올해까지 2조2000억원을 적립할 계획이었지만 99년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적립금이 줄더니 지난 2004년부터 전혀 적립실적이 없다. 이자만 붙어 현재 6200억원이 쌓여 있다.
재정부측은 실적도 없고 유가가 이미 폭등, 향후 사용될 가능성도 낮으니 그냥 쌓아두지 말고 시급한 곳에 쓰자는 것. 지경부 역시 유가완충준비금 규모가 작아 실제 사용되더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최후의 안전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경부측 입장이고 향후 석유사업법 개정시 유사시에 대비하는 조항을 넣는 것을 전제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재정부가 예산권을 쥐었으니 유가완충준비금은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후의 안전판 장치가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