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중호우 속 수중 실종자 수색이 맨몸으로 할일인가

  • 등록 2023-07-20 오후 3:45:22

    수정 2023-07-20 오후 7:37:2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간 채수근 해병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채 해병은 지난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반이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하천으로 3명이 빠졌다.

2명은 헤엄을 쳐 나왔지만 채 해병은 실종됐다.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았지만, 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지점에서 5.8㎞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만큼 물살이 거셌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해병대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맨몸으로 물 속에 들어갔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다. 밧줄로 서로를 묶어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었다. 집중호우로 하천 물은 불어나 있었고, 흙탕인 탓에 물 속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 있던 해병대원 39명은 ‘인간 띠’ 형태로 하천을 수색해 나갔다. 로프 없이 사람이 일렬로 서서 물속을 걸어다니며 실종자 등을 찾았다는 얘기다.

채 해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은 경북 포항에 주둔하고 있지만, 신속대응부대 임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재해·재난 현장에 투입된다. 당연히 재난현장조치 매뉴얼이 있고, 여기에는 하천에서의 작전 관련 지침들을 규정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현장 지휘관이 어떤 판단을 내렸길래 구명조끼 조차 지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사고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핵심 대목이다. 또 하천에 직접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관련 경험이 없는 일반 장병들에게 맡긴 것도 석연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故) 채수근 해병은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 진급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기대한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민지원 임무를 수행하다 안타깝게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故채수근 해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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