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다 낫다?…‘월 1500만원 돈벌이’ 사적 제재, 괜찮나

유튜브 등 중심 사적 제재 콘텐츠 인기
‘참교육’ 콘텐츠로 월1500만원 수익 올리기도
구독자 “국가가 않는 일, 개인이 신속처리해줘”
전문가들 “근대법 원리에 반해…법치주의 붕괴”
  • 등록 2022-06-07 오후 1:47:41

    수정 2022-06-07 오후 1:48:1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딸배(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말) XX 동네 근황”

지난 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영상 속 오토바이 운전자는 무판(번호판 미부착) 상태였지만 신호를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 유튜버는 해당 운전자를 찍어 올리며 자신이 동네의 오토바이 운전자를 ‘참교육’해 신호를 지키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적 제재 콘텐츠, 일명 ‘참교육’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참교육’은 상대방을 호되게 혼내준다는 의미로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나서 범법자들을 벌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2020년 12월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자 그가 탄 차량을 파손하고 주택을 맴돌면서 위협했던 유튜버들도 그 중 하나다. 그 밖에도 흡연 청소년 선도 방송, 중고차 허위매물 영상 등 사적 제재를 담은 콘텐츠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한 유튜버가 2020년 12월 12일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 앞에서 조두순이 탄 차량을 발로 밟아 파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기관 불신’ 이용…‘참교육’으로 돈 버는 유튜버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불신을 갖는 이들은 참교육 영상에 환호한다. 수사기관이 해결해주지 않는 일들을 유튜버가 대신 해준다고 믿어서다. 평소 허위매물 참교육 영상을 자주 본다는 김모(31·남)씨는 “국가가 못하는 걸 하는 유튜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허위매물 중고차 ‘참교육’ 콘텐츠에 출연하기도 했던 윤모(36·여)씨는 “지난해 3월 허위매물 사기에 당했다. 정식으로 고소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 같았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3일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은 이런 시청자들을 이용해 자극적인 영상으로 조회 수를 올려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7일 유튜브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배달 오토바이 노동자 참교육 영상을 제작하는 A 유튜버(구독자 약 8만명)의 지난 5월 수익 예측은 1017~1770여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수익창출이 허가가 난 A씨는 5개월만에 최대 월1770만원의 수익을 얻은 셈인데, 그나마도 ‘유료 멤버십’, ‘후원계좌’ 등 부가적인 수익창출 금액은 추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고차 허위매물을 잡는 유튜버 B씨의 5월 수익 예측은 약 470~833만원, 같은 콘텐츠를 하는 C씨의 월수익 예측은 약 369~643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7일 유튜브 채널 A에 올라온 ‘번호판 가린 딸배(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를 낮춰부르는 말)’ 영상 일부분. (사진=A 유튜브 영상 캡처)
전문가들 “수사기관 신뢰 회복 필요”

참교육 콘텐츠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신속함’을 꼽는다. 중고차 허위매물 ‘참교육’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는 B씨는 “공권력은 바로 해결이 힘든 반면에 우리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선) 3개월 이상 걸리는 일을 하루 만에 해결한다”고 자랑했다. C씨 또한 “시민들이 경찰이 아닌 우리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빨라서”라며 “경찰에 고소하고 합의하고 피해회복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치주의 붕괴’가 낳은 결과라며 사적 제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적 제재가 횡행하고 국민이 여기에 의지하는 건 법치주의의 붕괴로 볼 수 있다”며 “공적인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적 제재는 자력 구제를 금지하고 국가의 형별권을 확립한 근대법의 원리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사적 제재가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선 해선 안된다. 수시기관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오늘도 완벽‘샷’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