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행은 입사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3년 정도 지점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강남지역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지의 강력한 청탁을 통해 '강남 근무'라는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였다.
이 은행 신입 직원들이 강남 지역 근무를 위해 부모를 동원한 청탁까지 마다않는 이유는 우선 상대적으로 실적을 올리기 좋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강남 지역 주민들 가운데 재력가가 많다 보니, 다른 지역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보다 예금 수신 실적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남 지역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원래 강남 출신이 많기 때문에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점도 선호 이유로 꼽힌다.
최근 들어 자녀들의 취업이나 직장 생활까지 관여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저출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자녀가 한두 명에 그치다 보니, 부모들의 관심과 기대가 소수의 자녀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부모는 이 과정에서 황당한 요구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당혹하게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들의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녀들의 학점이 나쁘게 나올 경우 직접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모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 A씨는 올해 초 자기 아들에게 왜 D학점을 줬느냐고 항의하는 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이 학생이 한 학기 동안 출석을 한두 번밖에 하지 않아 좋은 학점을 줄 수가 없었는데, 부모는 “출석을 하지 않으면 집으로 전화라도 해야 할 것 아니었냐”며 따졌다는 것이다.
A씨는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이면 자기 앞가림을 할 나이인데, 부모들이 대학생 자녀의 학점까지 챙기고 드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