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런던 시장에서도 국채 30년 금리는 5.25%에 도달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채권 금리 상승은 영국 국채에 대한 시장의 부진한 수요가 확인되며 이뤄졌다. 이에 앞서 영국 채권관리국(DMO)은 이날 22억 5000만파운드(4조 1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를 평균 금리 5.198%에 매각했다. 이는 4.375%였던 채권 쿠폰금리(액면 이자율)보다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이 매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얄 런던에셋 매니지먼트의 금리·현금 책임자인 크레그 인치스는 “지금 매수자들은 영국 국채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국채 매도량이 많고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압박받고 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9bp(1bp=0.01%포인트)오른 4.68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한달간 약 0.5%포인트나 오르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2.9bp 상승한 4.299%로 올랐다. 30년물 국채금리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4.92%를 넘어섰다.
영국 국채 장기물 금리는 그중에서도 상승 폭이 크다. 지난 한 달간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는 2.5%포인트를 넘었다. 이전에 그 정도로 폭이 벌어진 것은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영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면 영국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월 정부의 재정 여유가 99억 파운드에 불과하다고 했다. 영국의 연간 총 지출 규모가 1조파운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예산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금리까지 상승하면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상승해 영국 정부의 재정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은 영국 경제 성장 부진과 물가 압박이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노동당 정부가 고용주 국민보험료 인상 등 세금을 올려 400억파운드의 추가 재정을 확충하려는 것 역시 경제에는 부담이다.
퀼터 체비엇의 고정금리 담당자인 리차드 카터는 “영란은행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국채 매각에 대한 투자자들의 미온적 수요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넘어선 국채 금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