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떠뜨리기엔…" 美은행 `때이른 배당` 경계

갑작스런 금융충격에 취약.."현금 더 들고 있어야"
"정말 엄격히 조사했나"..연준 테스트에도 의구심
  • 등록 2012-03-15 오후 10:42:42

    수정 2012-03-15 오후 10:42:42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대형은행들이 연이어 배당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샴페인을 떠뜨리고 있다"며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조사)를 통과한 대형 은행들이 하나둘 수십억달러를 들여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업종 애널리스트들과 학자들은 이같은 은행들의 행보가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13일 스트레스 테스트 발표 이후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 BNY멜론, 골드만삭스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혔고, 심지어는 탈락한 씨티그룹까지도 배당을 확대하기로 한 종전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자칫 은행들의 자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 자본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배당을 확대하면서 갑작스런 시장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닐 배로프스키 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감독관은 "은행들이 이렇게 서둘러 곳간을 비워 버리려 하는 것은 솔직히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며 "은행들은 아직도 남는 돈을 더 들고 있어야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또다른 잠재적 문제는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은행권의 건전성을 너무 과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애냇 R. 애드매티 교수도 "연준은 제대로 된 실사도 거치지 않은채 은행들의 재무상태가 건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도 낮춰 버렸다"고 말했다.

애드매티 교수는 "은행들이 그다지 엄격하지도 않은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배당을 늘리도록 해준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는 위험한 일이며 연준은 이를 허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레벨 A. 콜 디폴유니버시티 교수도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위기에 따른 은행 재무제표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채로 은행업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그림만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연준은 실업률 13%, 주택가격 21% 하락 등을 시나리오로 상정했음에도 대출과 모기지 등으로 은행들이 입을 손실을 560억달러, 포트롤리오 내 13% 정도로 추정했는데, 이는 너무 낮았다는 지적이다. 연준이 지난 2008~2009년 때의 상황에 과도하게 의존해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준은 "우리의 조사는 아주 엄격하게 이뤄졌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한 연준 관계자는 "은행들이 배당을 지금처럼 늘리더라도 이는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며 "이를 감안해도 은행들은 연말이면 작년말에 비해 더 많은 자본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물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연준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매뉴라이프애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스캔런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상정한 시나리오는 매우 엄격한 편이었고 은행들은 이를 잘 견뎌낼 만큼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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