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단기지원은 오히려 毒"-한기윤 기협 상무

장기발전 위한 기술력 확보가 관건
정부 대책도 근시안적 행태 벗어나야
  • 등록 2004-04-29 오후 3:39:19

    수정 2004-04-29 오후 3:39:19

[edaily 김윤경기자] "중소기업이 현재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 사실이지만 당장의 부도를 막기 위한 자금수혈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기윤 조사 상무는 29일 edaily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확고한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상무는 "중소기업의 돈가뭄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장기 비전을 갖고 중소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것은 중소기업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라면서 정부 또한 근시안적 대책마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상무와의 일문일답. -언제나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기대란설`까지 나올 만큼 최근들어 상황이 크게 악화됐는데. 이유가 뭔가. ▲사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만성적인 문제다. 신용과 담보가 부족하고 초기 자본의 외부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금융기관들이 고자세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내수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금융기관들이 올들어 대출을 크게 줄이고 채권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 올들어 시중은행 대출은 1월 2조8847억원, 2월 1조8324억원, 3월 5923억원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보증운용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중소기업의 돈가뭄이 극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존 채무 상환도 어려운 지경이라 연체율도 상승했다. 중소기업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 생산원가는 올랐는데 제품가격은 올리기 어렵고,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서 납품에 따른 대금회수 기간도 길어졌다. 어음을 사용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는데. ▲연쇄부도에 따른 금융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바람직한 대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우선 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이 사실 핵심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어느 정부든 중소기업 육성을 부르짖지 않은 곳이 없었으나 제대로 된 대책을 보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이라는 게 대체로 일회성, 선심성을 띤 것이어서 중소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유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술개발에 찔끔, 이런 식의 자금지원은 백해무효하다. 기술개발과 제품생산, 판매를 통해 손익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제대로 농사를 지으려면 `물`을 뿌리는 것보다 좋은 `저수지`를 만드는게 중요하단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한계기업에 이른 업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해선 안된다. 그건 전체를 망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잠재력은 있으나 어려운 기업을 제대로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소기업도 결국 자생할 수 있으려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당장 어렵다고 해서 눈 앞의 이해만 가리고 장기 비전을 포기한다면 결국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천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원칙은 중시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 개별 기업의 신용도 또한 높아질 것이고 자금난도 해소될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마련될 것이다. -최근 중기협과 중기청이 서로다른 중소기업 체감경기 전망을 내놓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겼다고 보는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설문조사한 것과 거시 경제지표를 가지고 분석한 것의 차이일 것이다. 정부 통계치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의 특성을 좀 더 고려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해도 중소기업은 수출보단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60~65%는 하도급 거래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시장 판매업체의 비중이 적은 것이다.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경기도 나아지는데 왜 중소기업은 맨날 어렵다고 하느냐고 말하는 것은 오류다. -개성공단 1단계 조성공사가 시작됐다. 하반기엔 우리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하게 될 터인데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 ▲우선 인건비가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인력은 부족한데 임금은 높아져 중소기업이 기업하기가 매우 힘이 들기 때문에 자꾸 인력이 값싼 곳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국내 거래가 되므로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먼저 들어간 업체가 좋은 시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제품이 좋아야 본제품도 인기 있는 법이다. 성공적인 업체 선정을 위해 토지공사에 우리가 기업을 추천할 방침이다. -협동조합법 개정추진, 중소기업연구원 발전방향 제시 등에도 열심인데. ▲협동조합법은 1961년 제정됐고 상황에 따라 부분 개정하다보니 여기저기 기운 형국이 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일제 정비가 필요하다. 하반기부터 개정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같은 업종끼리만 묶어 조합을 만들 것이 아니라 해외진출 등의 프로젝트, 이슈 기반으로 이업종끼리도 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공동폐수처리나 아파트형 공장 건립 등 유형자산에 대한 이업종 조합은 만들어질 수 있으나 무형자산을 위한 것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개정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거시 경제정책을 오랫동안 다룬 김인호 전 경제수석을 영입했으며 추가 자본조달과 조직정비를 통해 중기정책을 위한 싱크탱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연구원을 중소기업을 위한 나팔수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 연구원을 두어 정부의 정책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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