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투자자들, 이라크 채권에 눈독

  • 등록 2003-08-14 오후 2:51:22

    수정 2003-08-14 오후 2:51:22

[edaily 강종구기자] 이라크의 디폴트 채권에 미국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14일 보도했다. 미국과 유엔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면서 미국인의 이라크 채권 투자가 허용되자“잘만 하면 대박”이라고 군침을 흘리던 투자자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영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이머전트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수잔 페인은“미국 투자자들이 이라크로 들어오고 있다”며“채권국들의 이라크 외채에 대한 채무조정에서 투자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라크 채권은 올해로 15년째 디폴트 상태이지만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전쟁이 끝나고 새정부가 들어서면 밀린 빚을 갚을 것이고 원리금의 일부만 받아도 수익률이 엄청날 것이란 투기심리가 팽배했다. 발행가의 10%까지 떨어졌던 채권가격은 현재 발행가의 30% 수준까지 상승해 있다. 1달러짜리 채권을 30센트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이라크가 갚아야 하는 대외부채는 집계가 어려워 정확한 액수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1000억달러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주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은 최근 받지 못한 이라크 대외부채 규모가 원금만 210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밀린 이자도 원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대 채권국은 일본으로 41억달러를 빌려줬다 받지 못했고 러시아(35억달러)와 프랑스(30억달러), 독일(24억달러) 순으로 받을 돈이 많다. 미국은 22억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 으며 한국의 채권보유 규모는 5470만달러였다. 미국은 주요 채권국가들을 상대로 이라크의 대외채무를 완전 탕감해 주자며 독려하고 있지만 채권국들은 일부라도 받아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현재까지 합의된 부분은 1년동안 660억달러 규모에 대해 상환을 연기해 준 것이 사실상 전부다. 민간채권단 연합인 런던클럽도 이라크에 떼인 돈이 26억달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역시 정확한 액수는 아무도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11억달러 가량의 받을 돈이 있다. 걸프전으로 인한 전쟁배상금도 낸 것 보다 낼 것이 많다. 유엔 보상위원회는 걸프전으로 피해를 본 주변국들에게 463억달러의 배상판결을 내렸고 이라크는 지금까지 이중 178억달러를 냈다. 주변국들은 이라크에 빌려준 돈 550억달러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 신정부가 들어서고 원유 수출이 가능해 졌다고 하더라도 외채 규모는 감당하기에 너무나 벅찬 것이 사실이다. 채권국들이 이라크 외채의 일부라도 받기 위해서는 나머지를 탕감해 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미국은 완전탕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원리금의 3분의 2정도를 탕감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라크가 상환해야 할 실제 외채는 500억달러에서 75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이 이라크 채권을 노리는 이유는 거의 원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불어난 이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자부분에 대해서도 원금수준의 탕감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회수가능 자금은 배가 되고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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