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로비에 불법행위 난무"…'우버파일' 폭로 파문

세계 주요 언론사 40곳, '우버파일' 폭로
2013~2017년 우버 경영진 문자·이메일 등 담겨
세계 각국서 로비활동 및 불법행위 정황 포착
"진정한 동맹"…우버-마크롱 유착 문자메시지도 공개
폭력시위 유발하고 압수수색에 증거인멸 시도 등
  • 등록 2022-07-11 오전 11:56:27

    수정 2022-07-11 오후 9:43: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버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운영 허가를 받기 위해 정치인, 정부 관료 등과 유착하고, 이 과정에서 수사를 방해하거나 정치인을 압박하기 위해 폭동을 악용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벌여왔다는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버가 전 세계적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인 2013∼2017년 우버 임원들이 주고받은 12만 4000여건의 메모, 문자 메시지, 프레젠테이션, 브리핑 보고서, 송장, 이메일 등이 담긴 일명 ‘우버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은 영국 가디언이 처음 입수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공유했고, 전 세계 40개 이상의 언론사들이 4개월에 걸쳐 분석했다.

우버는 2009년 설립됐으며 초기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식됐다. 하지만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택시 업계와 크게 충돌했다.

우버 파일에는 택시 기사들의 수많은 반발 시위와 폭동 속에서도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경위가 담겼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법을 어겼는지, 경찰과 규제 당국을 어떻게 속였는지, 규제 완화를 위해 어떻게 로비를 벌였는지 등 다양한 각종 불법행위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버를 적극 도왔던 사실이 드러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 로비스트들은 2014년 8월 경제장관으로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과 10월에 첫 만남을 가졌다. 우버가 유럽 진출을 시도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택시 기사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던 때였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5년 6월 25일 파리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칼라닉 전 CEO에게 문자를 보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우버는 ‘우버팝’ 서비스를 프랑스에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5년 가을 우버는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이유의 관료가 ‘우버X’ 서비스를 금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엔 우버가 로비스트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도움을 구하는 문자를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날 “개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몇 달 뒤 마크롱 대통령은 우버 운전자의 면허 발급 요건을 완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우버가 새 일자리를 제공하고,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내각의 반대론자들과 우버를 중재하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우버의 프랑스 진출을 적극 도운 내용들이 문서에서 확인됐다. WP는 “우버의 임원들조차 놀라게 할 수준의 지원이었다”며 “우버의 로비스트가 마크롱 대통령을 ‘진정한 동맹’이라고 묘사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우버가 마크롱 대통령 외에도 규제 완화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각각 부통령, 함부르크 시장이었던 시절에 로비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우버의 다양한 불법행위들도 폭로됐다. 2015~2016년 파리에서 택시 운전기사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을 때 칼라닉 전 CEO는 우버 운전자들의 맞불 시위를 추진했다. 시위대 간 무력 충돌을 고의적으로 유발한 것이다. 이후 우버 운전자들은 택시 기사들의 폭력성 보복에 시달리게 됐다. 당시 그는 “폭력은 성공을 보장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다른 대표들에게 보냈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우버가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규제 당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우버 운전자를 결집시켜 택시 운전자를 고소하게 하는 전략을 썼다고 보도했다. WP는 “우버는 운전자들이 공격을 받을 때에도 빠르게 돈벌이를 모색했다”며 “물리적 충돌을 대중들의 동정과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우버가 각국 사법·규제 당국의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성 논란과 관련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우버는 현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경찰이 우버 서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최대한 빨리 ‘킬 스위치’(강제 종료 버튼)를 눌러달라”고 지시했다. 최소 6개 국가에서 이같은 일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우버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우버는 “지금의 우버는 그때의 우버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법의 영구적인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 기업의 ‘로비스트’”라며 “국가를 약탈했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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