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공격 당한 GP수색대 "아픔과 고통 수만배로 갚겠다"

지뢰공격 당한 정교성 중사·문시준 소위·박준호 상병 인터뷰
당시 긴박했던 기억 생생… "적 GP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
  • 등록 2015-08-11 오후 3:04:04

    수정 2015-08-11 오후 3:10:26

북한 목함지뢰 폭발사고 관련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수색대원들. 왼쪽부터 문시준 소위, 정교성 중사, 박준호 상병.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쾅….” “적 포탄 낙하. 적 포탄 낙하.”

지난 4일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파주시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당시를 수색대원들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GP 사이를 잇는 철책의 통문을 통해 수색·정찰 작전을 펼치려던 1사단 수색대대 3중대 수색대원들은 갑작스런 폭발음과 함께 새카만 연기에 휩싸였다고 했다. 전우들은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적의 공격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소재 국군고양병원에서 만난 다시 수색팀장 정교성(27) 중사는 “우리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투입한다. 당시 폭발이 있었기 때문의 적에 의한 공격이라고 판단을 했다”며 “그 즉시 흩어져 은·엄폐를 한 후 경계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 중사는 “1차 폭발음이 들릴 때 순간적으로 인원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적 포탄 낙하’라고 외친 후 통문으로 뛰어 들어갔다”며 “그냥 가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뢰를 밟은 하모(21) 하사의 신체의 일부가 철책 주변에 흩어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먼저 통문을 통과해 들어간 김모(23) 하사는 하 하사의 왼쪽 편에 앉아 “부비트랩!”이라고 외치며 왼편 전방을 경계했다. 하 하사의 우측다리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정 중사는 김 하사에게 “(하 하사를) 빨리 빼내라. 빨리 조치해”라고 외쳤다. 정 중사는 자신이 갖고 있던 구조키트를 이용해 하 하사의 다리를 지혈하고 후방 후송을 지시했다. 하지만 하 하사를 후송하던 김 하사가 통문 안쪽에 매설된 또 다른 목함지뢰를 밟으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북한 목함지뢰 폭발사고 관련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수색대원들. 오른쪽부터 문시준 소위, 정교성 중사, 박준호 상병.[사진=국방부]
이날 같이 수색에 참가했던 문시준(24) 소위는 후방에서 이들을 엄호하고 있었다. 의무병 박준호(22) 상병에게 ‘부상당한 동료를 도와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그사이 2차 폭발이 일어나 주변은 뿌연 먼지와 화염으로 뒤덮였다. 문 소위는 “당시 수색대를 지휘하는 정 중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휘권을 넘겨 받았다고 간주하고 통신병과 함께 사고현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정 중사의 모습이 보였다”며 “정 중사의 지시에 따라 추가병력과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들 수색대원들은 신속한 응급조치와 환자 수송을 실시했다. 주임원사와 박 상병은 하 하사를 끌고 뒤로 포복해 안전한 둔덕으로 옮겼다. 정 중위도 김 하사의 상의를 붙들고 뒤로 포복하며 끌었다. 하 하사를 지혈하다 흥건하게 묻은 피 때문에 그의 손은 김 하사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정 중사는 “안전한 둔덕 쪽으로 김 하사를 끌고 올랐을 때 그 자리에 하 하사가 누워 있었다”며 “그래서 김 하사에게 ‘네가 옆으로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김 하사는 ‘알겠다’며 고통을 참으며 옆으로 이동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일어난 당시 2차 부상을 당한 김 하사는 1차 폭발로 부상을 입고 적을 향해 적개심 섞인 외침을 내뱉던 하 하사에게 ‘정신 차려라’라며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고를 당한 지 불과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수색대원들은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사단 의무대에 격리돼 심리적 안정을 취하며 국군고양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전방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의무병인 박 상병은 “우리 대원 모두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지금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부대에 복귀해 당장 내일이라도 작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심정이다. 수색대대로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했다.

문 소위는 “상태가 불안하다거나 이런 것보다도 지금 심정으로는 다시 그 지역으로 가서 해당 적 GP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며 “우리 아군이 그렇게 아픔과 고통을 느끼게 한 만큼 수 만배로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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