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펀드스캔들 확산조짐

윌셔어소시에이츠 단기매매 의혹
대형 이해상충 스캔들로 이어질수도
  • 등록 2003-09-23 오후 4:46:02

    수정 2003-09-23 오후 4:46:02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의 펀드스캔들이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뮤추얼펀드와 증권사를 상대로 뉴욕주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일대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일부 뮤추얼펀드 주식이 불공정하게 거래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전문 잡지 머니매거진은 최근호인 10월호에서 뮤추얼펀드 회사들이 투자자문사인 윌셔어소시에이츠에 초단기매매를 허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도록 했으며 이로 인해 장기투자자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또 뮤추얼펀드 주식의 매매스캔들이 일전에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의 조사에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윌셔의 펀드주식 초단기매매가 부당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그 파장은 카나리캐피털과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윌셔는 윌셔5000이라는 주가지수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뮤추얼펀드들은 윌셔가 대형 기관들의 자금운용처로 자신들을 추천하는 대가로 공짜로 펀드주식을 단기매매하도록 허용했을 수 있어 자칫 초대형 이해상충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피처 총장은 이달 3일 대형 헤지펀드인 카나리캐피털이 야누스 등 4개 뮤추얼펀드회사와 결탁해 불법인 장마감후 거래와 단기매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카나리캐피털은 검찰과 4000만달러에 합의했으나 이후 야누스, BOA, 뱅크원, 스트롱 등 대상이 된 펀드회사들을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주간잡지인 타임리포트도 최신호인 29일자에서 스피처 총장이 이스라엘계 영국인이 운영하는 40억달러규모 헤지펀드회사 밀레니엄파트너스의 뮤추얼펀드 주식매매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나리캐피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장마감후거래와 초단기매매가 모두 조사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감후 거래란 펀드 주식을 주식시장이 마감한 오후 4시 이후에 이날의 종가로 펀드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며 단기매매는 불법은 아니지만 펀드회사들이 펀드약관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윌셔는 보통 1억달러 이상규모의 펀드주식을 초단기로 매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뮤추얼펀드가 대상이 됐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운용자산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이 넘는 펀드들이라고 밝혀 업계 최대규모 뮤추얼펀드 회사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거의 10년동안 이런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회사 설립자인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 티토는 NASA(미항공우주국)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2001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TM32 우주선을 타고 8박9일간의 우주여행을 한 인물로 유명하다. 윌셔는 S&P500지수나 러셀2000지수의 주가지수선물이 일시적으로 고평가됐을 경우 지수선물에 대해 매도포지션을 취하면서 이에 대한 헤지전략의 일환으로 펀드주식을 매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덱스펀드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하면서도 수수료는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윌셔가 펀드주식을 보유한 기간은 겨우 며칠을 넘기지 않았고 24시간 이내에 처분한 적도 있었다. 윌셔는 지난해 초 펀드를 통한 헤징전략을 중단할 때까지 연간기준으로 100%를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잡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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