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헤리티지 투자금 100% 돌려줘라"…금융사들 "법률 검토 후 대응"

라임·옵티머스 이어 헤리티지 펀드도 계약 취소
일반투자자 4300억원 투자원금 전액 반환 예상
신한證 "이사회서 최종 결정"…소송전 가능성도
  • 등록 2022-11-22 오후 2:24:24

    수정 2022-11-22 오후 9:10:26

[이데일리 김소연 김응태 기자]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도 투자 원금 100%를 반환하라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는 일반 투자자 기준 430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이로써 5대 환매 중단 주요 사모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22일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현대차증권·SK증권·하나은행·우리은행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금융회사에 권고했다. 투자 원금 전액 반환은 라임,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세 번째다.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김범준 부원장보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헤리티지 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109조 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분조위는 “제대로 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일반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해외 운용사가 중요한 부분에 대해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만들었고 6개 금융사는 계약 체결 시 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신용도와 재무 상태가 우수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다. 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핵심 쟁점은 환매 중단 발생 원인이 처음부터 존재했는지 아니면 사후에 잘못된 운용으로 발생했는지”라며 “분조위는 처음부터 계획대로 시행되기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보는 “독일 시행사의 사업 시행이력이나 재무 상태는 매우 중요한데, 시행사 사업이력이나 신용도는 거짓 또는 과장됐고, 2014년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투자 제안서상 시행사가 부동산 매입 시 20%를 후순위 투자하겠다고 돼 있지만, 시행사의 재무상태로는 20% 투자가 어려웠으며 실제 투자한 사실도 없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약 4835억원이 판매됐다. 2019년 6월부터 환매를 중단했다. 전체 계좌 수는 1849개에 이른다.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요청 건수는 190건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약 3907억원을 판매한 국내 최대 판매사다.

이번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 성격을 가진다. 분조위 조정안을 받은 판매사와 투자자는 20일 이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조정 결과 발표 후 최대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은 법률 등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미 펀드 판매 금액의 50%를 투자자에게 가지급한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이사회에서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소송전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 투자자들은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다른 증권사와 은행도 법률 검토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5대 주요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판매사에만 투자자 보상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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