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부동산 규제 발목…삼성동 APT '끙끙'

이지스 측 9월 펀드 청산작업 매각에 속도
시세대비 저렴한 아파트로 알려지며 관심↑
삼성동 토지거래허가지역에 묶여 거래 실종
통매각도, 개인에 쪼개팔기도 여의치 않아
  • 등록 2020-08-27 오전 11:01:30

    수정 2020-08-28 오후 6:58:26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강남 아파트 한동을 통째로 매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팔기로 한 이지스자산운용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 46가구를 매입 가격에 내놔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팔겠다는 계획이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격 매력은 있지만 법인이나 펀드에 통으로 팔기에는 정부가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건 마당에 이지스처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 쪼개서 팔기에도 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여의치 않습니다.

공공기관에 매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매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가격매력 있어도 매각 난항

26일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5월 사모펀드를 통해 410억원에 사들인 서울 강남구 학동로 408(삼성동) 삼성월드타워를 이익을 남기지 않고 되팔기 위해 매각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재무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정했습니다.

삼성월드타워아파트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화면 갈무리)
삼성월드타워는 1997년 다우종합건설이 준공한 나홀로 아파트입니다. 총 14층 규모 46가구로 구성됐습니다. 전용면적 기준 58㎡, 85㎡ 등이 있습니다. 지하철 7호선과 분당선의 더블역세권으로 최상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스는 당초 리모델링 후 재임대해 수익을 낼 계획이었지만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로 지목당하면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찰을 통해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압박했고 관련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 위반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결국 이지스 측은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팔겠다고 백기 투항한 것입니다.

이지스 측은 “정부가 아파트 투기로 인한 과도한 시세 차익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오해와 논란을 불식시키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이 지역의 경우 문의는 많지만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3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대치동과 잠실, 삼성동, 청담동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강남구청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이 아닐 경우 개인이 매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단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임대목적으로 매입한다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충분한 실탄도 있어야 합니다.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시가 9억원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은 20%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용 59㎡는 현금 4억7000만원 이상, 전용 84㎡는 현금 7억원 이상을 가져야 살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나 임대사업을 하는 현금부자만 도전할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같이 까다로운 기준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 6월 23일 이후 두 달 동안 해당 지역에 거래가 허가된 주거용 부동산은 총 89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이들 4개 동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가 635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4%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만약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편법으로 허가를 받는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시 토지금액(공시가격 기준)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통매각? 이지스 역풍 보고 선뜻 나설 곳이…

리츠업계는 이지스가 개별매각보다는 통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이지스가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봐 온 데다 워낙 핫이슈였던 사안이라 인수키로 하는 순간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을텐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아파트 한동을 통째로 사들이면 미운털 박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 것이고요.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인수한다고 해도 법인의 주택보유에 따른 세금부담이 크게 강화된 상황에서 수익률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이지스 측은 매각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지스 측은 곧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월드타워 관련 사모펀드인 ‘이지스제371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 해산을 결의할 방침입니다.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자산운용사 등이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할 때 1년 이내 처분할 수 없지만 수익자 동의를 얻어 펀드 자체를 해산하면 처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주주들은 해산에 대해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지스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9월 초까지 매각 공고를 낼 방침입니다. 이지스 측 관계자는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적법하고 신속하게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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