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 수속보다 긴 사전투표 행렬…"그래도 포기할 순 없죠"

인천공항 내 사전투표소 앞 여행객들로 북새통
투표용지발급기 10대 모자라 2대 추가하기도
  • 등록 2017-05-04 오전 11:21:45

    수정 2017-05-04 오전 11:28:29

사상 첫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4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사전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황금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는 인천국제공항에 출국 수속이 아닌 ‘또 다른’ 긴 줄이 늘어섰다.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오전 인천공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은 여행을 떠나기 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로 때아닌 장사진을 이뤘다. 줄을 선 사람들 상당수는 예상보다 대기 행렬이 길자 혹여 출발시각을 놓지지 않을까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는 등 초조한 모습도 보였다.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에서 셀프 카메라로 ‘인증샷’을 찍는 등 즐거운 표정이었다. 3층 F체크인 카운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E체크인 카운터까지 투표 행렬이 100m 이상 늘어서자 공항 직원들은 시민들을 세 줄로 나눠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맨 뒷쪽에서는 최대 1시간 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차례를 바꿔줄 것으로 요구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투표를 마치고 탑승 시간이 촉박한 경우 출국장에 있는 직원에게 부탁하면 수속을 더 신속하게 하게끔 지원하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를 마치고 떠날 수 있단 생각에 시민들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이스탄불로 ‘나 홀로 여행’을 간다는 이민희(39)씨는 “온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가겠다는 여행객들을 보니 이렇게 기다려도 기분은 좋다”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혼녀와 대만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신상규(43)씨는 “스케줄에 맞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매번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를 해왔다”면서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 이제껏 했던 사전투표 중에 가장 줄이 긴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불평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예정인 김모(47)씨는 “투표하려는 사람이 많은 건 좋은 현상이긴 한데 줄이 너무 길면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지 않느냐”며 “무작정 기다리다 되레 투표하려던 사람들도 그냥 가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항 특성상 여권을 지참한 시민들이 많은데 여권의 경우 주민등록증과는 달리 기계에서 자동 인식이 안 돼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야 한다”며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 애초에 10대 준비했던 투표용지발급기를 두 대 더 늘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행객 말고도 공항과 세관 직원 등도 투표에 참여했다.

밤새 근무 뒤 퇴근길이라는 세관 직원 임모(34)씨는 “줄이 너무 길어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면서도 “지금껏 선거일은 휴무라고 생각해 투표는 제쳐두고 놀러가곤 했었지만 이번에는 탄핵 이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권리를 위해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전 11시 기준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289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4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사전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