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독점중계 논란 왜 시작됐나

월드컵·월드컵 중계권따라 광고수익 큰 영향
방송사들 `코리아풀` 구성했지만 늘 깨져
방통위 제소전으로 비화
  • 등록 2010-03-15 오후 7:52:33

    수정 2010-03-15 오후 7:52:33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중계로 불거진 스포츠 중계권 논란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KBS·MBC와 SBS간 견해차가 확실한 가운데, 다가온 6월 남아공 월드컵 중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뜻보면 시청자 입장에선 3개 채널을 통해 스포츠 중계를 보느냐, 1개 채널을 통해 보느냐의 단순 차이일 수도 있다. `똑같은 스포츠 중계를 3개 채널에서 동시에 하는 것 보다 1개 채널에서만 하니, 다른 프로그램도 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SBS 방송 커버리지의 한계로 난시청지역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스포츠 중계권은 전쟁과도 같다. 특히 올해 6월에 있을 월드컵과 같은 빅 매체일 경우, 광고수익에 엄청난 차이를 초래한다. 동계올림픽의 중계권 분쟁은 사실상 월드컵 중계 분쟁의 전초전인 셈이다.

◇논란의 시작은 `코리아 풀`

당초 지상파방송3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중계권 협약을 위해 코리아 풀(Korea Pool) 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방송사간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중계권료 인상을 억제하고, 중계권을 둘러싼 각종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상파방송 3사는 1996년 이래 수 차례나 돌아가면서 풀을 파기하는 전례를 남겼다.

1996년 AFC아시안컵 축구 중계에서는 KBS가 단독으로 계약·방송했고, 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선 MBC가 풀을 깼다. 99년 브라질 축구대표팀 초청경기는 KBS가, 같은해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 축구경기는 SBS가 풀을 깨고 단독으로 방송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반복됐다. MBC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독점 계약, KBS와 SBS는 국내 프로야구·축구 등에 MBC 참여를 제한시켰다. 2006년에는 KBS가 스포츠 마케팅 사업자인 IB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여 독점 중계했고, 같은해 7월 SBS가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과 2010년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계약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 풀이 깨져 어느 한 방송사가 독점중계권을 가져갈 때 마다 나머지 2개 방송사의 담당자들은 인사 조치를 당할 정도로 방송사간 경쟁이 심각했다"면서 "이는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3사만 합의하면 될까

10여년 전부터 한국 야구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메이저리그 중계권이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제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IOC가 주관하는 동·하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이 있다.

의뢰로 단순한 중계권 시장에서 지상파 3사만 합의하면 되는 풀이 왜 매번 깨지는 것일까? 이는 지상파 3사간 경쟁 문제도 있지만, IB스포츠와 같은 전문 스포츠마케팅사도 중계권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 진다. IOC와 FIFA는 중계권 값을 높이 부른 회사에 중계권을 주는게 일반적이다. 지상파 3사가 신사협정을 해도 IB스포츠가 높은 값에 중계권을 사들이면 코리아 풀은 다시 무기력해 진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IB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방송채널사업자(PP)를 보유중인 CJ측이나 스카이라이프를 대신해 KT측이 중계권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면서 "중계권 시장의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SBS 독점중계는 어떤 이슈인가

지난 2006년 5월 방송 3사 중계권 담당자인 스포츠국장들이 IOC를 방문한 뒤 2010년 동계·2012년 하계올림픽에 3000만달러, 2014년 동계·2016년 하계올림픽에 3300만달러 금액을 IOC에 제출했다.

그 후 방송3사 사장단은 2010∼2016년 올림픽과 2010∼2014년 월드컵에 대해 각 회사의 개별 접촉을 금지하고 협상 창구를 한국방송협회의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06년 8월 SBS(034120)는 사장단 합의를 위반하고 올림픽 4개 대회와 월드컵 2개 대회를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독점 계약했다. SBS가 계약한 4개 올림픽 중계권료는 총 7250만달러, 2개 월드컵 중계권료는 1억4000만달러다. 올림픽 중계권료는 방송 3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950만달러 높아진 금액이다.

지상파 3사는 SBS의 독점 계약 직후인 2006년 8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약 3차례의 회의를 통해 스포츠 중계권을 판매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협상 쟁점은 ▲SBS의 독점 계약에 따른 방송권료 인상분의 범위 및 책임 분담률 ▲SBS 인터내셔널의 수수료 지급 문제 ▲뉴미디어 권리의 방송 3사 양도 여부였다.
 
하지만 3사간 입장 차이가 커서 협상 진척이 없었다. 이후 2009년 2월까지 방송 3사는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됐고, 2009년 12월에는 KBS와 MBC가 다시 월드컵 방송을 위해 중계 방송석 신청을 SBS에 의뢰했다. 이번에는 SBS가 이를 거부했다. KBS·MBC는 SBS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자 올해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SBS가 분쟁조정에 응하지 않자 동계올림픽 단독중계에 이르렀다.
 
결국 KBS와 MBC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방통위에 SBS를 제소했다.

▶ 관련기사 ◀
☞SBS, 월드컵 공동 중계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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