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정율성 기념사업, 진보·보수 문제 아냐…상식적으로 봐야"[2023국감]

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거듭 광주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촉구
보훈부 권고 조치에 일부 지자체 기존 기념물 철거
광주 "35년 이어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 위법없어"
  • 등록 2023-10-13 오후 3:45:25

    수정 2023-10-13 오후 4:02:2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3일 광주광역시 등의 정율성 기념사업 관련 야당의 이념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거듭 관련 사업 취소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관련 “(사업 중단에 반대하던) 광주·전남에서 일정 부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념사업 중단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상식의 눈을 갖고 본다면 조만간 (사업) 중단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훈부는 지난 11일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을 상대로 정율성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과 더불어 기존에 설치·운영해온 흉상 등 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해 시정을 권고한 건 지난 6월 ‘부(部) 승격’ 이후 처음이다. 광주시는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을 조성하고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을 전시해놓고 있다. 광주시는 이외에도 현재 ‘정율성 역사공원’ 및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전남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이 운영되고 있고,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도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 광주시 등의 자율적 조치를 기대했으나, 그러지 않아 지방자치법 제184조에 따른 시정공고 공문을 보냈다”며 “다른 부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훈부에 이어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지난 12일 광주시와 광주시 남구에 ‘정율성로’ 도로명 변경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단 이 역시 권고 사항으로 해당 지자체가 주소 변경을 추진할 경우 이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변경이 가능하다.

특히 화순군은 지역 방송사 주관 ‘정율성 동요제’가 취소됐고, 능주초교는 기념교실을 폐쇄했다. 능주초교의 정율성 흉상·벽화에 대해서도 학부모 등이 주축이 돼 화순군에 철거를 요청, 그 철거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거리전시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광주시 측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서 위법 사항이 없다”며 보훈부의 관련 권고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야당은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 추진이 이념 편향적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보훈부는 국가 유공자 예우가 본연의 업무인데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등 장관이 이념 논쟁에 나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의 본명은 정부은으로 191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조선군사혁명정치간부학교’를 졸업했다.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 및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다. 이에 더해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서울까지 남하했던 인물이다.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는데, 중국 공산당은 정율성의 공적을 기려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新)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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