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동안 내수 시장에 집중해온 중국 배터리사들이 북미와 유럽으로까지 기반을 확장하려 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사로서는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할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폴란드 공장에 대한 증설을 결정한 데 이어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신규 거점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폴란드에 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포드와 폭스바겐 등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최근에는 포드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폴란드 공장의 증설을 결정하기도 했다.
SK온도 유럽에 사용할 자금을 확보하며 유럽의 생산 공장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SK온은 최근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 등으로부터 총 20억달러(2조6200억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확보했다.
SK온은 이 재원을 헝가리 이반차시에 건설 중인 유럽 3공장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총 3조3100억원이 투자되며 2024년부터 연간 기준 전기차 4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3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SK온은 포드, 터키 코치와 함께 터키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한 합작공장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이르면 2025년부터 연간 30~45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46파이(Φ·지름 46mm)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진행하며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합작법인, 생산공장 설립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미에서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 단독 공장 설립 등을 통해 투자 확대에 나선 배터리사가 이처럼 유럽 시장에서도 투자와 협력 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중국 배터리사들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사들은 그간 세계 현재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기반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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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궈쉬안에 지분투자를 진행했고, GM도 궈쉬안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아직 북미와 유럽에서 제대로 된 생산거점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배터리의 경우 각국의 인센티브, 무역관세와 소재 확보 등을 고려할 때 현지에서 생산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의 CATL 등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도 불구, 북미 시장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따라서 중국 배터리사의 본격적인 북미, 유럽 시장 공략이 시작되기 전에 국내 배터리사들의 북미와 유럽 공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북미와 유럽, 중국이 각각 3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10%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세 지역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중국의 경우 자국 외 다른 기업에 기회를 허락하지 않다 보니 다른 두 시장에서 그만큼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