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길 SBS(034120) 사장은 15일 방통위가 지상파방송 3사의 스포츠 중계권 갈등과 관련해 마련한 중재 자리에서 참석해 "(중계권)재협상은 늦었다"며 "현실적으로 공동으로 중계방송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특히, `오늘의 논의가 소용없다는 것인가`란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의 질문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간이 주어지는데까지 논의하겠다"고 밝혀 추가 협상의 불씨는 살렸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이례적으로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 수장(首長)들을 출석시켰다. 지난 1월 KBS와 MBC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보편적 시청권 침해행위의 시정 요청과 관련, 각 사의 의견진술을 들은 것이다.
SBS의 입장과 달리 KBS와 MBC 사장은 향후 중계권 협상과 관련해 추가로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SBS가 애매한 태도를 보여 협상의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김인규 KBS 사장은 "분명히 말하겠지만 예전 사장이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내가 부임한 이후엔 항상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며 "일부 조건에 대해 양보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3사 사장들은 또 쟁점 사안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나타냈다. 또한 그간 쌓였던 감정의 골도 드러냈다.
KBS와 MBC는 SBS가 `코리안 풀`을 깬 점을 집중 지적하는 한편, SBS의 보편적 시청권 충족과 관련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재철 MBC 사장은 "코리아풀 구성에 합의를 한 후 15일만에 SBS는 합의를 깼다"며 이"는 일본과 영국 등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며, 지상파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규 사장은 SBS의 보편적 시청권 충족과 관련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보편적 시청권이라함은 경제적 약자 등 모든 국민이 무료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지만,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케이블TV, IPTV 등 유료매체 활용을 통해 시청권을 운운하는 건 자의적 해석"이라고 답했다.
김 사장은 특히 "월드컵 중계는 단순 경기 중계외에 뉴스와 특집프로그램 등 후속 프로그램 제작에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며 SBS의 단독 중계가 현실화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SBS는 KBS·MBC 두 방송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코리안 풀 파기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우 사장은 또 "타사의 주장과는 달리 SBS의 중계권 단독 구매 비용은 당시 타사의 중계료 인상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국부 유출론을 반박했고, "중계권 획득 직후 지상파 3사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협상도 성실하게 임해왔다"고 강조했다.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이번 중계권과 관련 논란은 국내 방송사의 수치스런 단면"이라며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과정을 보면서 대단히 섭섭하고 씁쓸하다"며 "사회통합의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최상의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무거운 주제만큼이나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KBS·MBC·SBS 사장이 순차적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히는 형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예정된 시간(오후 6시)을 훌쩍 넘긴 오후 7시가 넘어 끝이 났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지상파 3사 사장들의 의견 청취와 앞선 내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