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단기자금 수요, 맞물릴 시 금융사 유동성 관리 애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환율 9월 말 1300원→12월 1450원
외환스왑 만기 장기화 유도 등 정책 필요
자산운용사·여전사 환율 상승 타격 커
  • 등록 2024-12-24 오전 11:00:00

    수정 2024-12-24 오전 11: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했다. 이같은 환율 급등과 단기자금 수요가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진=한국은행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 들어 환율은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빠르게 상승했다.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 9월 말 환율은 1316.8원이었으나, 지난 23일에는 1452.15원으로 무려 135.35원 급등했다.

한은은 최근의 환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대체로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 자금수요와 환율 급등이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환율 급등 시 자금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외환스왑 만기 장기화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은 환율 상승기의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산운용회사의 펀드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환율 상승이 주로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산운용회사의 경우 환헤지 갱신 과정에서 추가 원화 자금이 필요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증거금 추가 지급의무가 없어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납입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부분의 외화부채를 통화스왑 등을 통해 헤지하고 있어 환율 상승의 영향은 제한적이며, 외국환 포지션도 매도초과 상태지만 규모가 작아 환율 상승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은행의 경우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 증가로 총자본비율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외화RWA 비중이 올해 3분기말 22.6%(일반은행 기준)로 직전 환율 급등기(2022년 3분기말 26.2%)에 비해 낮아,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란 게 한은의 판단이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경우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이 있겠으나, 은행들의 보수적 외화유동성 관리 등으로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국은행
보험회사의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환율 상승이 비헤지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증가시켜 가용자본을 일부 늘릴 수 있으나, 대부분의 외화자산이 헤지돼 있어 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게 이유다.

한은은 “요구자본의 하나로 산출되는 외환위험액이 환율 상승시 증가할 수 있으나, 헤지를 통해 위험경감을 반영할 수 있는 데다 외환위험액 비중이 낮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환헤지 비용 상승으로 추가 원화자금이 필요하거나 변동증거금 납입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원화채권 보유 규모를 고려할 때 대응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증권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의 경우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 환율 상승 시 외환위험액 등의 총위험액이 늘어나더라도 증권회사의 외화 순자산 포지션으로 인해 영업용순자본이 함께 늘어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위험액과 외화자산 관련 신용위험액 확대 효과도 총위험액에 반영되는 정도가 크지 않아 제한적인 모습이다.

또한 원화증권을 담보로 한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매도 거래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담보 납입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고유동성 자산 보유 규모를 감안할 때 유동성 부담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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