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연예매니지먼트 분야를 대상으로 근로감독 및 현장종사자 대상 근로 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예매니지먼트 분야는 많은 청년들이 일하고 있으나 업무 특성상 일정하지 않은 근무시간, 도급관계 등 구조적 특성 등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분야 중 하나다.
이번 근로감독은 소속 연예인이 많은 연예기획사 2개사와 이들과 일정 금액 이상의 도급 관계에 있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1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특히 소속 직원 중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꼽히는 로드매니저와 패션 어시스턴트에 대한 기본권익 보호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먼저 근로감독 결과, 연예기획사는 총 12건,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경우 총 4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연예기획사에서는 1600여만원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근로시간 위반,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 등이 적발됐다.
연예인 일정에 따른 유동적인 근무시간, 사업장 밖 근무라는 로드매니저 업무특성상 감독대상 2개사 모두가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1개사에서는 적법한 도입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 시간제의 경우 근로자대표 서면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사용자가 지명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제도로 운영해 합의 취지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연예인 갑질에도 고발하기 어려워”
이어 로드매니저, 패션 어시스턴트 대상 근로여건 설문조사에서도 청년 종사자들은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체감하고 있고,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69명 중 로드매니저의 경우는 모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명세서도 교부받았다고 응답했지만, 패션 어시스턴트는 3명(20%), 7명(46.7%)이 각각 근로계약서 미체결 및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로드매니저 중 13명(24.1%), 패션 어시스턴트 중 3명(20%)이 연예인 일정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로드매니저 중 1명(1.9%), 패션어시스턴트 중 3명(20%)이 본인 또는 동료가 직장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고, 로드매니저 중 1명(1.9%), 패션 어시스턴트 중 2명(20%)이 본인 또는 동료의 성희롱 피해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로드매니저, 패션 어시스턴트 모두 상호 존중받는 문화 조성 등 업계의 전반적 문화 개선, 근로시간·임금 등 근무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로드매니저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일을 줄일 수 없다는 건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일 한 만큼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근무 중의 부당한 일이나, 고충 등이 있을 때는 이를 듣고 해결해 줄 수 있는 군대로 치면 마음의 소리와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괴롭힘·성희롱 방지 방안 마련 등 권고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현재 시정지시를 통해 개선을 지도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경우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고충처리를 위한 성실한 노사협의 등을 지도하고, 소속직원 외에 패션 어시스턴트와 같이 도급사 근로자에 대해서도 괴롭힘·성희롱 방지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패션 스타일리스트에 대해서는 서면근로계약 체결 등 기초노동질서 준수를 지도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했는지 여부를 3개월 후에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연예기획사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간에 적정단가를 반영한 서면 도급계약 관행 정착 등 현장의 근로조건 향상 및 업계문화 개선을 위해 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연예매니지먼트 근로감독은 청년 보호를 위한 시작점으로서 향후 고용노동부는 청년 등 취약계층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에서도 기본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꾸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