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은 2년을 채 지속하지 못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인보사의 성분에 허가받지 않은 다른 원료가 섞였다는 점이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5월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채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아왔다. 코오롱티슈진과 모회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원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신라젠도 상황은 비슷하다.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주가는 연속 하한가를 쳤다. 문 전 대표와 임원들은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에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라젠에 대한 주식거래는 지난 5월부터 정지상태다.
한국 바이오의 희망처럼 여겨졌던 이들이 어쩌다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됐는지 안타깝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험 부족’을 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 등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다. 개발과정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규제당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미숙했고 서툴렀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제약사가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이 들고 14년이 걸린다고 한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마저 개발을 그만두고 개발한 신약을 매입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만큼 신약 개발은 재능과 의지, 행운까지 더해져야 탄생할 수 있는 산물이다.
모든 사건을 미숙했다는 변명으로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행정·사법처분으로 신약 개발의 꿈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향후 ‘4번 타자’의 후보들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글로벌 타석에 제대로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