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에 물고문까지…친구 숨지게 한 4명 중형 확정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대법원이 친구를 폭행하고 물고문까지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인면수심’ 살인범 일당에 징역 9년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김 모 씨를 잔인하게 폭행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된 옹모 씨에 징역 18년을, 허모 씨에 징역 10년을, 지모·최모 씨에 각각 징역 11년, 9년형 선고를 확정했다.

피고인 옹·허·지 씨는 피해자 김 씨와 광주 소재 한 직업전문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다. 피고인 최 씨는 옹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4월경부터 옹 씨 집에 들어가 함께 생활했다.

피고인들은 김 씨의 체격이 왜소하고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요구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란 걸 알게 되자 폭력을 저지르거나 돈을 빼앗기 시작했다.

옹 씨는 2019년 4월 피해자가 기분 나쁘게 말했다는 트집으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3회 가량 세게 내려쳐 폭행했다. 이후 옹 씨 동료들은 피해자 김 씨에게 자신이 지목한 피고인을 향해 피고인 부모에 대한 욕설, 속칭 ‘패드립’을 하도록 지시했다. 상대방 피고인은 ‘부모 욕을 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핑계로 피해자를 수십 회 무자비하게 마구 때렸다. 만약 패드립을 제대로 실행 못했어도 갖은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신체 각 부위가 상처를 입게 되자, 자신들의 폭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피해자의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마저 관두게 했다.

이후에도 폭행은 계속됐고 2019년 6월 피해자 김 씨는 숨을 거뒀다.

1심 재판부는 옹 씨에게 징역 20년, 허 씨와 지 씨에게 장기 15년·단기 7년, 최씨에게 징역 17년형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며 “범행 다음날 수사기관에 자수하기는 했지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으로 자수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양형에 참작할 사정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옹 씨에게 징역 18년, 허 씨에게 징역 10년, 지 씨에게 징역 11년, 최 씨에게 징역 9년형을 각각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옹씨를 제외한 3명에게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서 살인의 고의로까지 전환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고인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