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임기 말 ’몽니‘로 비춰질 수 있는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재정부담이 가장 큰 문제
이 대통령은 택시법이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온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판단하고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 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택시법과 관련, “국무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검토 결과 재정 부담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택시법이 통과되면 해마다 1조9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정부 및 지방자체단체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도지사협의회와 대부분의 시·도가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밖에 대중교통 육성을 위한 입법취지 및 법체계 위배, 유사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 국회법상 의견수렴 절차 위배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택시법 반대 여론 등에 업고 거부권 행사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법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 측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지 여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택시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 왔다. 국민 대다수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속속 나왔다. 정부는 택시법 거부권 행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시업계와 택시기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안(택시지원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대안을 통해 택시법 재의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설득 작업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곡동 특검법도 수용했던 MB 첫 거부권
대통령의 거부권은 3권분립에 따라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 차원에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9월 자신의 아들 시형 씨와 부인 김윤옥 여사를 겨냥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관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지막 거부권 행사이기도 하다.
국회 재의결 여부에 관심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대체입법과 택시업계의 반응을 지켜본 뒤 재의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즉각적인 재의결을 주장하고 있어 즉각적인 재의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면서도 “정부 입장도 있고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그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라며 ”반드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속도를 내 재의결에 합의할 경우 1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정부 측의 거부권 행사 배경 설명과 질의·토론을 거쳐 무기명투표에 부쳐진다.
재적의원 과반(151명)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시 통과된다. 앞서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2를 웃도는 222명의 찬성으로 택시법을 처리한 바 있어 의결 요권을 갖추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재의결한 안건은 재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정부는 즉각 공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