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검수완박' 또 수면위로…與野, '경찰 셀프수사' 놓고 충돌

野 "정부 '셀프 조사' 맡기기엔 국민 공분"
與 "강제 수사 우선…검수완박법 되돌려야"
  • 등록 2022-11-04 오후 2:38:46

    수정 2022-11-04 오후 2:38:46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태원 참사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셀프 수사’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월 시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핵심 쟁점 사항으로 떠오르며 여야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을 향해 “수사 대상이 수사를 담당해선 안 된다”며 실체를 밝힐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권 대상에서 대형 참사를 제외하도록 검수완박법을 추진한 야당에 책임을 물으며 해당 법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야당은 국정조사를, 여당은 검수완박법 개정을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부터 일명 검수완박법이라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라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서 대형 참사가 제외됐으며, 이번 이태원 참사는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하게 됐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진상규명에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며 “조사 대상인 정부에 ‘셀프 조사’를 맡기기에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 제출을 공식화하고 다음 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에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신속하게 제공하고 국민께 공개하는 것이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며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국정 조사를 민주당에 먼저 요구하는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이은주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참사 진상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밝혀달라는 시민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사명이자 의무 책임”이라며 “이 자리가 이번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국정조사와 재난 없는 안전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물꼬 트는 협력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야당 측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보존하는 것이 필요하고,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거나 부족한 것 있으면 국민의힘도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회의 직후 특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주 원내대표는 “일반 수사가 부족할 때 하는 예외적인 것”이라며 “하나 아쉬운 것은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경찰에 맡겨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민주당이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수완박법을 원래대로 돌리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수습 먼저 하고 진상 조사한 다음 (견해를)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부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경찰을 못믿겠다며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셀프 수사가 문제라면 원상 복구하면 되는 것으로 검찰도 대형 참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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