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장' 덕분에…故정철호 상사 60년만에 가족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도장에 새겨진 이름으로 병적 추적, 유족 DNA와 일치
  • 등록 2013-07-11 오후 3:54:25

    수정 2013-07-11 오후 3:54:25

故정철호 상사의 모습(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열아홉살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해 휴전을 열흘 여 앞두고 전사한 호국용사가 60년만에 가족의 품을 찾게 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1일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 故 정철호 이등상사의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상사는 전쟁 당시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철원 별우지구 반격전투에서 전사했다.

정 상사는 1950년 11월 27일에 입대, 이듬해 초부터 횡성부근 전투에 참가했다. 이후 호남지구 공비토벌 등 주요전투에 참여하며 생존했지만,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10여일 전 벌어진 전투 중에 사망했다.

그가 마지막 참가한 별우지구 반격전투는 1953년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국군과 중공군이 벌인 전투다. 당시 중공군은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펼쳤다. 정 상사는 전투 중이던 7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국유단은 지난 5월 별우지구 반격전투가 일어난 강원도 화천 백암산에서 정 상사의 유해를 발굴했다. 또한 철모, 야전삽 등 개인장구류와 지갑 등도 같이 출토했다. 국유단은 당시 전투의 상황을 분석해 국군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끝에 정 상사의 유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철호(鄭喆鎬)라고 새겨진 이 목도장이 신원확인의 단서가 됐다. (사진=국방부)
정 상사의 신원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 것은 그의 ‘나무도장’이었다. 국유단은 나무도장을 정밀감식한 결과 정철호(鄭喆鎬)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이름을 단서로 병적을 추적해 정 상사의 유해인 것으로 판단한 뒤, 유가족과의 DNA와 대조해 혈연관계를 증명해냈다.

국유단은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정 상사의 유해를 대전 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유가족이자 여동생인 정경분(68) 씨는 “전쟁 중 휴가를 나와 고구마를 심고 어린 조카에게 ‘가을에 캐서 맛있게 먹으라’며 인사한 뒤 부대로 들어간 게 마지막이었다”며 “이제라도 유해를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0년부터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해 국군전사자 7400여구를 발굴했지만 83명만 신원이 확인됐다”며 “더 많은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유가족들이 DNA샘플을 채취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DNA 샘플 채취는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 할 수 있다. 또한 전사자의 8촌까지도 참여가 가능하다.

발굴된 故정철호 상사의 개인 군장(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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