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메이드인차이나 "쿨!"

  • 등록 2004-04-26 오후 5:35:03

    수정 2004-04-26 오후 5:35:03

[edaily 황현이기자]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아무래도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값싼 상품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고속 성장은 기존의 모든 상식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중국산=싸구려`라는 고정관념에 포박돼 있다가는 시대의 대세로부터 그만 뒤떨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국제부 황현이 기자가 전합니다. 이달 중순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한 보고서가 충격을 던졌습니다. 시장점유율 1위를 의미하는 일류상품의 품목수가 한국은 1994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감소, 82개에서 53개로 줄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점유율이 가장 많은 품목의 수가 1994년의 383개에서 2001년에는 753개로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하청공장으로 떠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 이 같은 결과 자체가 새롭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물건의 이 같은 양적 팽창이 질적으로 보다 우수하며 선발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수립한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연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25위에 올라 체면 치레를 한 가운데 중국 기업은 아예 명함을 들이밀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기업들은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가 곧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실 해외 업체를 사들이는 전략으로 외형 확대와 인지도 제고를 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톰슨과 합병을 성사시킨 가전업체 TCL이 대표적인 실례고 다른 가전업체 콘카 역시 독일 최대인 그룬딕그룹에 대한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한국 쌍용차를 노리고 있는 란싱그룹이나 상하이자동차를 들 수 있겠군요.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 제고에 공을 들이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일고 있습니다. 특히 유행에 가장 민감하며 평가에 냉정한 중국 청년층이 자국 브랜드를 "쿨(Cool)"하다고 평해주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1200명의 베이징 및 상하이 소재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은 이제는 중국에도 "쿨" 한 브랜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8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중국 브랜드가 철저히 외면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나이키와 소니, 아디다스가 아니면 쳐다 보지도 않던 이들이 하이얼, 레노보, 리닝 등 자국 브랜드에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학원에 재학중인 패니 야오(23)의 말은 향후 주요 소비자 계층을 구성할 이들 청년군의 인식을 대변합니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나이키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견될 쿨한 브랜드가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일부 상표는 해외에서도 통할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죠"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브랜드의 부상은 중국, 나아가 세계경제의 지형 변화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중국 대륙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이 그동안은 물량 확대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질적인 전환을 이뤄내고 있는 시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격동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찾는 것이 중국과 이웃해 있는 우리들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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