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경찰 조사를 할 때 문자로 된 안내서 외 다른 방법으로 피해자 권리를 안내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 국가인권위원회(사진=인권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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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지난 10일 경찰청장에게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조사할 때 경찰관이 적합한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하거나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술 조력인을 참여시키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고 조사 이외에 사고 관련자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도·감독할 것도 권고했다.
시각장애인인 진정인은 교통사고 피해자로 지난해 3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가 피해자 권리에 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신뢰관계인 동석 여부도 묻지 않았고,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가해차량 보험회사에 제공했다는 것도 진정을 제기한 이유였다.
A씨는 진정인에게 피해자 권리에 관한 안내서를 줬고, 사건 진행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뢰관계인이 동석했다고 해도 사고 목격자가 아닌 이상 조사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봤으며 진정인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 적극적으로 진술 조력인을 참석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정보는 교통사고 피해보상 처리를 위해 진정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제공했을 뿐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알려준 사실은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진정인이 문자를 해독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임을 고려해 안내서 외에 실효성 있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진정인의 동의 없이 가해차량 보험회사에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진정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침해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A씨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비슷한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