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주한美상의 “규제는 경영 걸림돌…노동·조세정책 개선해야”

‘암참 창립 70주년 기념’ 신년 기자간담회 개최
“국내 美기업 4곳 중 1곳, 규제에 경영 힘들어”
“노동·조세 정책 개선하고, CEO 리스크 줄여야”
제임스 김 “韓, 사업하기 좋은 곳 되도록 지원”
  • 등록 2023-02-23 오후 1:32:59

    수정 2023-02-23 오후 1:32:59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미국 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예측이 어려운 국내 규제 환경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려면 노동정책과 조세정책을 손보는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등 과도한 최고경영자(CEO)의 법적 책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 더 포럼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HCHAM) 창립 70주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 포럼에서 창립 70주년 기념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한국의 기업 환경과 역내 경쟁력을 주제로 암참 회원사 69곳이 참여해 진행됐다.

암참 회원사들이 지난해 국내에서 경영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기둔화’(47.7%)에 이어 ‘예측이 어려운 규제 환경’(24.6%)이 꼽히면서 불경기와 과잉규제가 미국 기업들의 국내 경영을 방해하는 가장 큰 두 요인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이어 ‘코로나19 유행’(10.1%), ‘노동정책’(7.2%) ,‘글로벌 공급망 차질’(7.2%) 등도 기업의 고민거리로 꼽혔다.

암참 관계자는 “규제 변화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은 기업 환경의 전반적인 건전성 강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암참의 기업 공동체가 앞으로도 한국 내 투자·수출을 확대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암참은 한국 내 발생하는 정치적 압력으로 규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에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암참 회원사들은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023~2025년 사업 전망에 대해 40.6%가 ‘긍정적’, 13.0%가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허브 소재지 선호도 조사에선 한국을 싱가포르에 이어 2위로 뽑으면서 한국이 여전히 외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입증하게끔 했다.

다만, 한국이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노동정책과 조세정책, CEO의 법적 책임, 지적재산권(IP) 보호, 디지털 경제 부문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이 밖에도 이민정책, 교육제도, 은행 시스템, 부동산 정책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암참은 이를 토대로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7가지 핵심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조세개혁 △노동 유연성 제고 △개인정보보호·데이터 관련 정책 완화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보호 기준 개선 △CEO 리스크 완화 △IP 보호 △사회·경제적 글로벌 ESG 기준 준수 등이다.

제임스 김 회장 겸 대표이사는 “5년 이상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갑자기 조세 부담이 커져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기업 CEO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형사적 책임을 지는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일”이라며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7가지 제도 개선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강력한 인프라, 인적 자본, 정보통신(IT)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암참은 한국이 최고의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양국 정부와 기업인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 더 포럼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HCHAM) 창립 70주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암참은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한국의 ‘아시아 최고 비즈니스 허브’ 도약 지원 △한·미 간 상호 투자 증진을 위한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업계 맞춤 솔루션을 통한 회원사 지원 강화 등 네 가지를 목표로 내걸었다. 또 미국 중소기업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ABC(American Business Center)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암참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스코어 카드’의 확장판인 ‘국내 경영 환경 스코어 카드’를 발간해 항공·금융·화학·농업·에너지·자동차·제약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한 산업을 선정했다. 헨리 안 암참 이사회 의장은 “이 보고서에 명시된 이슈 영역들을 개선하고자 한·미 양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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