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IT 노동자 절반 ‘크런치 모드’...성남시, 노동 취약계층 지원책 골몰

  • 등록 2021-12-08 오후 2:52:47

    수정 2021-12-08 오후 2:52:47

[성남=이데일리 김아라 기자] 성남지역 정보통신(IT) 분야 임금노동자의 10명 중 5명은 촉박한 마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장기간 고강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모드’ 형태의 근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자들은 정책적으로 노동자 인권 보호와 휴식 보장시스템 마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8일 시청 3층 산성누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동통계 및 노동 사각지대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유니온센터가 최근 7개월간 연구용역을 맡아 작성한 해당 보고서는 IT분야 종사자와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내용을 담았다.

성남지역 IT분야 종사자는 5만1000여명, 일용노동자는 1만9000여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이 중 IT 종사자 수는 성남지역 전체 취업자의 11%를 차지해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1627명), 일용직 노동자(679명) 등 2306명을 설문 또는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도 내놨다.

조사 결과 IT 임금노동자의 51%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연평균 34일간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

또 45.6%(월평균 5.3회)는 퇴근 후 혹은 휴일에 회사로부터 SNS로 업무지시를 받았고, 30.8%(월평균 2.9회)가 업무에 복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적 아이템 개발 압박감 33.4%, 처리 속도에 관한 압박감 32.6%, 업무량 압박감은 32.2%로 각각 조사됐다.

IT 프리랜서의 경우는 일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경험을 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점은 에이전시(대행업자) 이용 피해 64%, 일방적 계약 내용 변경 44%, 계약 내용 이외 업무지시 41.3%, 계약보수 지연지급 41.3%, 일방적 계약 해지 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77%가 계약서 작성 없이 일했고, 25.4%는 임금 지급 지연을 경험했다.

또 코로나19로 소득은 66.7% 감소했고, 44.7%는 일감을 구하지 못했다.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보험은 미가입 비율이 높았다. 고용보험은 82%, 국민연금은 81.1%, 건강보험은 45.9%가 미가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각각 조사돼 사회안전망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IT 노동자는 ‘괴롭힘·갑질·성희롱 및 무사고 제도 마련’과 ‘노동자 인권 보호 및 휴식 보장시스템 마련’을 노동 문제 개선 위한 정책 방안으로 꼽았다.

일용직 노동자는 4대 보험 지원사업, 건강진단 지원사업, 산업재해 치료비 지원사업을 원했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를 근거로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 일용직을 포함하는 노동 취약계층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성남시가 지난해 12월 14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시는 조례를 근거로 노동 취약계층 산재보험료, 상해보험, 유급병가 등 3종의 사회안전망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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