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로브도 포기했다…소니 앞날에 `먹구름`

로브 써드포인트 창업주, 17개월만에 지분 7% 처분
분사요구 거부에 실망..실적 턴어라운드 `기대난`
  • 등록 2014-10-22 오후 2:06:11

    수정 2014-10-22 오후 2:07:5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 최대 전자업체 소니의 경영 정상화를 압박하던 슈퍼스타급 행동주의 투자자인 대니얼 로브가 소니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웠다.

대니얼 로브 써드포인트 창업주
소니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재차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까지 포기해 버린 소니의 앞날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게 됐다.

월가 유명 헤지펀드인 써드포인트를 이끄는 로브 창업주는 21일(현지시간) 1년 5개월 가량 보유해오던 소니 지분 7%를 전량 처분했다고 밝혔다.

로브 창업주는 지난해 5월 소니 지분을 처음 취득한 직후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인 소니 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0% 정도 매각해 사업부를 분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어려움에 처한 전자 및 가전사업에 투입시켜 사업을 회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부문인 소니 픽쳐스는 올 상반기에 78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9%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액도 23% 늘어난 19억3000만달러였다. 그러나 모기업인 소니는 스마트폰 재고 손실 상각으로 인해 1800억엔 비용을 계상하며 대규모 적자를 냈다.

그러나 히라이 CEO는 이같은 요구가 나온 뒤 곧바로 “분사할 계획이 없다”고 이를 일축했고, 올 6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거듭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소니가 자신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달에는 “올해 2300억엔에 이르는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로브 창업주로서도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로브 창업주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소니 보통주 가격이 8%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주식 스왑(교환)과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등을 통해 20%에 이르는 수익을 얻어 미련없이 지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에서 소니를 압박해 분사시키는데 실패한 로브는 “소니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며 “소니에게 지금 당장 더 절실한 것은 분사보다는 회사 실적을 턴어라운드시키는 일이었다”며 지분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소니는 일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지만, 전망은 더 불확실한 상태다.

히라이 CEO는 최근 TV 제조부문을 분사시킨데 이어 노트북 사업도 매각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전체 스마트폰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수의 15%에 해당되는 1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감원으로는 이익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지와라 나오키 신킨자산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는 “로브가 소니 지분을 모두 처분함으로써 앞으로 회사에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압박은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소니는 기존 경영전략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지난 4월에 이미 내년 3월까지 2014회계연도 스마트폰 판매 목표치를 5000만대에서 4300만대로 하향 조정한 소니가 조만간 추가로 수백만대 더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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