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수익이 크지 않은 사업이어서 새로운 기획이 나와도 윗선에 보고하는 게 쉽지 않아요.”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PYL(Premium Yunique Lifestyle) 마케팅에 관여하는 한 실무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당장 수익성이 중요한 윗선에서는 아무래도 내수보다는 해외시장, PYL 같은 비주력 브랜드보다는 주력 차종에 관심을 둔다는 설명이다.
PYL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입차들에 맞서기 위해 현대차가 지난 2011년 내놓은 하위 브랜드다. 벨로스터·i30·i40 등 독특한 스타일의 자동차 3종을 묶었다. 지난해까지 TV 광고를 포함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 3종의 월 판매량은 쏘나타나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의 4분의 1 수준인 2000대에 그쳤다. 실패라는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며 추진 동력도 약해졌다.
그러나 PYL를 실패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치상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기존 주력 모델에 미치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실패라고 단정할 순 없다. 수입차로 넘어가려던 적잖은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PYL 모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수명이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까지 간다. 1~2년 단위로 트렌드가 바뀌는 정보기술(IT) 제품과는 다르다. 현대차가 수입차에 계속 대응하려면, 나아가 중·장기 목표인 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PYL 같은 프로모션이 단기적인 이벤트로 그쳐선 안 된다. 최근 만난 후루야마 준이치 렉서스 수석엔지니어는 렉서스 25년 역사를 묻는 말에 “(100년 이상 된) 독일 브랜드에 비해 한참 짧다”며 긴 안목을 강조했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지 채 10년도 안 되는 현대차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품질경영과 대대적인 마케팅, 원가절감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현대차에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마침 현대차는 오는 29~30일 안산 스피드웨이에서 PYL 고객 초청 드라이빙 스쿨 행사를 걎는다. 180명을 추첨을 통해 초청하는 행사에 500여명이 몰렸다. 빈도나 규모는 여전히 아쉽지만, 현대차도 수익성 없는 고객 행사에 기꺼이 돈을 풀 뜻을 내비친 거 같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