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지연'' 불만 품고 핵심기술 빼낸 직원들 적발

3년간 중소기업 피해금액 4조 2천억원 달해…"기술유출사범 수사 강화"
  • 등록 2010-11-03 오후 3:09:42

    수정 2010-11-03 오후 3:09:42

[노컷뉴스 제공] 첨단 기술을 빼내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직접 회사를 차린 중소기업 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자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중소기업 기술유출사범 14명을 검거,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시 A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영업부장 허 모(42)씨는 지난 2008년 6월 동종회사인 B 사로 이직하며 같이 근무하던 기술개발부장 정 모(37)씨 등 4명을 통해 반도체 제조장비 기술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 씨는 직장동료 조 모(30)씨 등과 함께 영업비밀 자료를 노트북에 다운받아 허 씨가 근무하는 B 사로 이직,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허 씨는 A회사에서 2000년 2월부터 근무해왔지만 진급이 늦어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정 씨와 조 씨 등 4명과 함께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B 사의 재정악화로 유출한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동종업체인 C 사로 이직, 기술을 유출해 약 5천억 원(A사 주장)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폐열식 보일러'로 국내 시장 5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소기업 D 사도 직원들에 의해 5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D 사의 기술이사 박 모(50)씨와 영업이사 오 모(42)씨, 생산이사 이 모(53)씨가 지난 2009년 4월 동종회사를 설립하기로 공모하고 핵심기술을 유출해 간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퇴사하면서 폐열식 보일러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USB에 저장해 유출, 경기도 시흥시에 E사를 설립하고 동종 제품을 제작.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해 기술보호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기술 유출 사건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 기업은 모두 2천258곳으로 피해금액은 약 4조 2천15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청은 이에 따라 지난 7월 29일 외사과(외국인범죄수사과)에 산업기술유출 전담 수사대를 신설, 산업기술유출 관련 사건을 전담 수사하고 있다.

외사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 외에도 원천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건을 여러건 수사 중"이라며 "향후 중소기업 기술유출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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