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교역 분절화, 세계 소득 5% 감소시켜…다자주의 유지돼야"

랄프 오싸 WTO 수석이코노미스트 인터뷰
"분절화 최악 시나리오아래 세계경제 실제소득 5%↓"
"韓 경제·무역구조 다변화 중…서비스 비중 커져"
  • 등록 2024-09-04 오전 10:58:22

    수정 2024-09-04 오전 11:01:1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분절화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실제소득이 5%가량 감소할 것이란 국제무역기구(WTO)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다자주의 기반의 세계무역질서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따랐다.

랄프 오싸 세계무역기구(WTO)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조사·통계국장이 4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브레튼우즈개혁위원회(RBWC)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KDI)
랄프 오싸 WTO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조사·통계국장은 4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브레튼우즈개혁위원회(RBWC)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오싸 국장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전세계 교역 분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러·우 전쟁 및 중동 분쟁, 미·중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서 무역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분절화가 계속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아래 세계경제에 있어 5%가량의 실제소득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우려했다.

오싸 국장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사이 교역 증가 속도는 제3국과 교역 증가 속도에 비해 30%가량 더 낮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두 개 블록으로 분열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특히 러·우 전쟁 이후 두 블록 사이 교역 증가 속도는 각 블록 내부 교역 증가 속도 대비 4%가량 더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오싸 국장은 다자주의 기반 세계무역질서가 유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인 규칙 기반의 세계무역질서가 지정학적 긴장이 어느 정도 억제되는 선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공급망 회복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 제고, 빈곤과 불평등 감소에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전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급망 충격이 어디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다자주의 무역질서가 중요하다”며 “언제든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역 상대국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오싸 국장은 한국 경제와 무역구조는 다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구매 혹은 조달 국가를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포함하는 ‘차이나+1’ 전략을 통해 다변화를 하고 있다”며 “실증적으로 한국이 그 ‘+1’ 국가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변화는 한국 무역에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부분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비즈니스를 위한 서비스인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 혹은 실행되는 서비스’ 부문의 무역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교역 규모가 증가했다”고 했다.

한편 오싸 국장은 무역 분절화에도 WTO의 영향력은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 차원의 무역협정이 증가하고 더 선호하는 국가 간 양자협정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교역의 75%는 WTO 질서 아래 최혜국 대우 관세를 적용받아 진행되고 있다”며 “여전히 많은국가들 WTO 체제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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