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한 해 10% 오른다면 고령 은퇴자 늘어난다

한은, BOK경제연구 발간
집값 상승으로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근로시간↓
"집값 예상 수준만큼 오른 경우엔 변화 없어"
  • 등록 2022-02-09 오후 12:00:00

    수정 2022-02-09 오후 12: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집값이 갑자기 한 해 10% 오를 경우 고령 은퇴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전망인 데다 평균 72세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상황에 따라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크게 변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공급과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하의 BOK경제연구에 따르면 2006년 기준 55~70세 고령자 3664명을 대상으로 12년간(2006~2018년) 주택가격 및 노동공급 상황을 추적 조사한 결과 보유주택 가격(주택가격에서 주택 관련 부채 차감)이 한 해 10% 상승할 경우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34.1%에서 32.3%로 1.8%포인트 하락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에 일터에서 나와 아예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은퇴확률 역시 65.7%에서 1.3%포인트 높아졌다. 근로시간도 18시간에서 17시간으로 약 1시간(6.1%) 감소했다. 다만 이는 주택 보유자에 한한 것으로 무주택자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은퇴 가능성이 더 높았다. 남성이 가구주인 경우가 많고 경제활동참가율 자체도 높아 그 비율이 더 크게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우리나라의 실질은퇴연령을 72세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집값 상승에 따른 은퇴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중에선 임금금로자가 집값 상승에 따라 은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았다.

집값이 예상한 수준만큼 오를 경우엔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단기간에 집값 상승폭이 크다면 은퇴를 부추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격이 과거 3년간 매년 5% 올랐는데 갑자기 어느 해 15%올라 가격 상승폭이 10%포인트 높아진다면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역시 6.4% 감소했다. 은퇴확률은 4.8%포인트 커졌다.

이러한 집값 상승과 고령자 은퇴간의 상관관계는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9.8%나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직장에선 60세 전후로 은퇴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4.2%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나이는 평균 72세로 OECD 평균(65세)보다 7살이나 더 많고 이들이 주로 파트타임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기 때문에 자산효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택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부동산 경기 안정, 가계의 보유자산 다양성 확대 등을 통해 가계 보유자산이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층의 노동공급도 비교적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으므로 고령층 노동수요와 공급간 매칭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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