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관심=투자 대박'..안녕할 때

  • 등록 2014-02-19 오후 4:00:40

    수정 2014-02-19 오후 4:00:40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주식에 있어 꿈은 없어서는 안될 덕목으로 꼽힌다. 꿈과 함께 새로운 테마가 태어났다가 스러져 가고 또다른 테마가 이를 대체한다. 3D프린터와 가상화폐 비트코인,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테마가 최근 시장에서 뜨거운 테마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증시의 또다른 테마 형성 구조는 경제구조에서 비롯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 테마주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는 중견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고 대기업과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구조에서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거나 집중하는 분야는 당연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분투자 이야기라도 나올라 치면 집을 팔까 하는 고민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꿈도 큰 만큼 실망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최근 반도체 장비주들을 둘러싼 혼란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2단계 투자가 잠정 보류됐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발단이 돼 반도체 장비주들은 너나할것없이 급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삼성전자가 이를 공식 부인하고 며칠이 지난 현재 2단계 투자까지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해프닝성으로 마무리돼가는 국면이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상당히 싸늘해졌다.

잠시 잊고 있었던 수요 산업의 한계가 다시 부각된 측면도 있다. 전방 대기업의 정책에 엄청난 방향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업 고유의 리스크를 일깨운 것이다.

정부가 나서 산업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견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수십년에 걸쳐 형성돼온 기업생태계가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투자도 여전히 성행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생태계의 정점인 삼성그룹도 바이오 분야를 필두로 신성장 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어서다.

우리 머릿속에 대기업과 거래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항상 대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대기업도 정책을 바꿀 수 있고, 새 사업에 특별한 성과를 내기 힘든게 현실이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장밋빛 전망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기는 것처럼 오히려 할인 요소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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