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인터뷰]권기헌 원장 "안철수 신드롬 이유는..."

"2040의 좌절과 분노, 따뜻한 정책과 소통으로 다가가야"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 저술..거버넌스 최고 전문가
  • 등록 2011-11-01 오후 5:26:42

    수정 2011-11-01 오후 5:26:42

[이데일리 강경지 기자] 유권자들은 왜 안철수 교수에게 열광할까.

권기헌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정치권에 불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 20~40대가 안철수 원장 등 대안적 정치세력을 통해 ‘희망’과 ‘정의’, ‘소통’과 ‘공감’ 가능성을 기대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 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에게 얻은 득표율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20~40대의 비율과 같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정부가 실업, 집값, 교육, 노후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 집값, 교육, 노후 등이 미래 불안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없애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박영사)를 저술한 권 원장을 1일 만나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지, 국정 지도자의 요건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좋은 정책이란.

▲유권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따뜻한 정책이다. 첫째 인간의 존엄에 기여하는 정책, 둘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 셋째 미래의 희망을 약속하는 정책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정부 정책이 사회적 약자 보호, 미래의 희망이란 측면에서 취약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약자 보호는 사회의 공동체 보호와 평등을, 미래의 희망(번영)은 자유와 경쟁의 가치를 말한다. 두 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변증법적으로 진화한다.

 -정책학이 진단하는 현재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성숙한 자본주의와 성숙한 민주주의가 요구된다. 유권자들은 신자유주의 결과로 나타난 1대99의 무자비한 양극화를 보정해주는 따뜻한 정책을 원하고 있다. 젊은층의 고뇌와 아픔, 서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보듬는 가슴 따뜻한 정책을 희망하고 있다.

청년실업, 등록금, 비정규직, 전월세값 등에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정책을 요구한다. 따뜻한 자본주의, 따뜻한 정책을 원하고 있다.

 -정의로운 국가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에 대한 목마름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샌델 교수가 법적 정의, 철학적 정의를 공동체의 관점에서 얘기했다면 나는 국가의 정책이나 국정관리에 접목시켜 보고 싶다. 정의로운 국가는 한마디로 성찰(省察)하는 국가다.    -국가의 성찰이 왜 중요한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국가의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청와대 수석비리 등이 터지면서 젊은층의 민심 이반은 심각해졌다.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 살고 있는 2030세대 젊은이가 내곡동 비리 의혹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현재 우리 사회는 ‘덕’이 많이 결핍됐다. 정부는 경제 지표와 G20 정상회의 의장국임을 강조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선전한다.

외형적 조건이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근거는 아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청년실업, 지역이나 계층간 대립이나 갈등 양상을 볼 때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성찰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는.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와 내곡동 사저 의혹이 국정의 신뢰를 위기에 빠뜨린 사례라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정책의 수용자 접근에서 실패한 사례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특히 국민 정서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부족했다.

정책은 단순한 숫자적인 접근보다 진정성과 진실성을 필요로 한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복지, 일자리, 주택, 보육 등이 총체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와 서민의 진정한 아픔과 고뇌를 살펴 진실되게 다가가려는 성찰적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저축은행 사태에서 금융권의 비리, 탐욕, 도덕적 해이 등을 목격했다. 진정한 선진국의 요건은 국민소득 3~4만 달러라는 숫자보다 신뢰, 책임, 덕성과 같은 품격이다. 품격있는 국가란 한마디로 지와 덕을 갖춘 국가다.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적 분배와 복지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재정 건전성, 미래의 번영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과 우선 순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정관리가 거버넌스로 한 단계 진보하려면.

▲정부가 유권자에게 ‘정책을 내놨으니 고마워해라’고 말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마음과 배려’라는 수용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는 정책과 마음을 양대 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한다.

특히 리더가 선구적으로 진실성을 담아 다가가는 모습이 중요하다. 책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던지고 싶었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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