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프리뷰-4일)전쟁과 평화

  • 등록 2003-02-04 오후 5:58:36

    수정 2003-02-04 오후 5:58:36

[edaily 강종구기자] "주식을 갖고 있다면 풋옵션도 함께 사라" 미국의 투자전략서비스 회사인 풀맨테크놀로지의 사장 스코트 풀맨이 3일 뉴욕 증시 마감후 투자자들에게 보낸 충고다. 풀맨 사장은 "사람들이 자동차의 도난이나 화재에 대비해서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면서도 주식투자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풋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면 나중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더라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미국 주식투자자들은 전쟁 부담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미국 증시가 그럭저럭 반등을 지속하고 있다. 1월 중순 이후 급락한 주가는 다우지수를 기준으로 8000선에서 일단 추가하락 저지에 성공한 모습이다. 전쟁에 대한 우려,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후 다시 침체를 보이는 것) 우려 등 주가하락을 재촉한 악재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CNN머니는 투자자들이 애써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외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음에도 주가가 급락한데 대한 반발매수 또는 저가매수의 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전쟁 악재는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고 전쟁이 단기에 끝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 고무된 매수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저가매수가 전혀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3일 종가를 기준으로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다우존스지수 편입 기업의 현재 주가는 추정실적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16배를 조금 넘고 있다. 역사적인 평균치 15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평가를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4일 미국 증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악재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유엔에서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물론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하고 동맹국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단기에 미국의 승리로 끝난다면 증시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는 있지만 아직은 "기정사실"이 아닌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전쟁이 몰고 올 "불확실성"이고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불확실성이라는 것 뿐이다. CBS마켓워치의 논평가 데이비드 칼라웨이는 최근 "전쟁은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 전쟁의 결과가 아닌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축구시합에서 어느 팀이 승리할지 모르는 것처럼 전쟁이 미국의 완벽한 승리로, 그것도 단기에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한 경제 영향 역시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미국 증시의 저가매수가 "불확실성"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차라리 "투기"나 "도박"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이 끝나면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국제유가의 급락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주가는 급등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투자전문 사이트인 스마트머니닷컴은 3일 "전쟁과 평화"라는 논평에서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일축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리차드 번스타인도 91년 당시는 석유시장이 공급초과상태였지만 지금은 수요초과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들은 변동성이 확장 국면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볼린저밴드의 경우 최근 상한선과 하한선의 폭이 급격하게 커졌다. 최근 주가는 밴드의 하한선을 잠시 이탈한 후 다시 밴드내로 복귀한 모습이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볼린더밴드의 폭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주가가 밴드의 하한성을 상향돌파하면 매도신호라고 보고 있다. 반면 모멘텀지표인 스톡캐스틱의 경우는 최근의 주가반등을 반영해 바닥권 탈출의 신호를 보내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혼재양상이다. 최근 다우지수가 반등하며 10일 이동평균선에 바짝 다가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10일선을 강하게 돌파한다면 추가상승의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반락이 불가피할 수도 있어 이래 저래 4일 주가향방이 중요하다.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으로는 네트워킹업체의 대장주 시스코가 단연 눈에 띈다. 그러나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정규거래에서는 기대치에 의해서만 주가가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3를 비롯, 알카텔 MMO2 등 다른 기업들도 실적을 발표하지만 시스코처럼 시장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시스코는 톰슨파이낸셜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분기(11~1월)에 주당 13센트의 이익을 보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전년 동기 9센트의 주당순이익에 비해서는 호전된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3일 뉴욕증시의 시간외거래에서 시스코의 주가는 몰론 다른 기술주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실적시즌의 두드러진 특징은 투자자들이 실적 그 자체보다도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다. 시스코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리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스코는 실적발표후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요지의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지난 수분기 동안 시스코는 줄곧 그랬다. 독립 리서치회사인 샌포드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폴 사가와는 시스코의 3분기(2~4월)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줄 가능성이 높고 기껏해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가와는 "시스코의 공급업체들과 경쟁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며 시스코에 대해 "시장수익률"의 투자의견을부여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도 최근 보고서에서 시스코에 대해 "이라크전 가능성과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으로 주의깊게 관찰하라느 이상의 제안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지표는 12월 공장주문이 유일하다. 브리핑닷컴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사전 예상치는 모두 0.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0.8% 감소했었다. 공장주문이 어느 정도 호전된다는 것은 예상된 것이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다면 전일에 이어 경제지표에서 불어온 훈풍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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