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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씨와 김용민씨는 2013년부터 교제해 2019년 결혼했다. 김씨는 2016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됐으나 소씨는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 2018년 12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됐다.
2020년 2월 김씨는 다른 이성 부부와 같이 동성 커플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지 민원을 접수했고 건보공단 측은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를 통해 소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보험 급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건보공단 측은 ‘착오처리’였다며 2020년 10월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그동안 피부양자로서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했다. 이에 소씨는 “사실혼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인정하면서 동성 배우자는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특히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 자체로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법 개정으로 적용대상자에 대한 표현을 ‘피부양자’로 변경하면서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상태”라며 “또 피부양자의 범위에 법률이 정한 가족 및 부양 의무의 범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법상 가족이 아니거나 부양의무가 없는 경우(계부모, 배우자 부모 등)에도 소득이 없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재판부는 또 “건보공단은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에 대해서는 달리 취급하고 있으나 두 집단이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없다”며 “이성인지 동성인지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고 측 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국가가 법적 권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성별 이분법을 이유로 누군가 차별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동성혼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인권단체 측은 “오늘 사법부가 성소수자 가족의 차별 상황을 인정하고, 성소수자 가족들이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에 한 단계 디딤돌을 놓은 판결”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많은 성소수자들이 마땅한 권리를 누리길 요구하고 있다. 준비가 안 된 것은 정치권이고 국회”라며 “모든 성소수자가 혼인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큰 싸움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