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달까지만 해도 역대 최고가인 6만4000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한때 반토막 수준까지 추락하며 역대급 조정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체로 가상자산시장에서는 기후변화와 금융당국 규제와 같은 리스크 요인으로 현재의 조정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가상자산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 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해진 시대에 맞춰 이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채굴 방식을 가진 알트코인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투자정보 사이트인 비주얼 캐피탈리스트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요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 데이터를 분석, 역대 최고가인 6만4706달러까지 뛰었던 비트코인이 불과 한 달여만에 3만1663달러까지 51.1%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10년이 넘는 비트코인 거래 역사상 여섯번째에 해당하는 조정폭이지만, 조정 받은 기간으로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이후 역대 세번째로 가장 짧은 편이었다. 그 만큼 단기 하락폭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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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이 새로운 하락추세의 시작이 될지, 장기적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탄소 배출 문제를 거론하며 비트코인을 통한 전기차 구매 방침을 돌연 철회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나 `가상자산과 관련된 어떤 경제활동이든 강력 처벌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경고 이후 비트코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시장 내 심리에 변화가 생겼다고는 볼 수 있다.
증권 중개업체인 AJ벨의 라이스 칼라프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규제 리스크가 비트코인 가격 부담에 불을 붙였다”면서 “기업과 일반 투자자 모두가 가상자산의 장기적인 도입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틴 제이콥슨 색소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가상자산시장에서의 매물 공세가 이전보다 더 깊어지면서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으로 충격이 전이되고 있다”며 “전반적인 투자규모 축소가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면서 조정이 더 길어질 것으로 봤다.
한편에서는 가상자산시장 전반의 추가 급락보다는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시장 중심이 옮겨가는 전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비트코인이 가지는 에너지 집약적인 합의 프로토콜인 작업 증명(PoW)이 기후변화에 역행한다는 점이 문제시 되고 있는 만큼 이보다 덜 에너지를 소비하는 카르다노의 지분 증명(PoS)이나 솔라나의 역사 증명(PoH), 니조의 다양성 증명(PoD) 등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더리움도 작업 증명을 지분 증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이렇게 본다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비트코인과 여타 알트코인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도 최근 두 달 사이에 가상자산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서 43% 수준까지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