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SK(03600)(주)의 외국인 주주인 헤르메스자산운용이 최태원 회장 등 SK(주) 등기이사 3명에 대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SK글로벌 처리방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가처분 신청 제기 이유는
헤르메스 측이 최태원, 손길승, 김창근 이사가 SK글로벌 지원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펴는 근거는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해 SK(주)이사로서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법무법인 명인 측은 "최태원 회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손길승 회장의 경우 SK㈜의 지원을 받는 SK글로벌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등록돼 있고, 김사장은 구조조정 추진본부장으로 SK그룹의 회생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등 SK글로벌 지원과 관련한 이사회에서 SK(주)의 이익만을 대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회장과 손회장, 김사장 등 세 이사의 경우 SK(주)가 SK글로벌을 지원해서 회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개인적인 책임을 면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SK(주)의 이사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사회 결의 조건에 중대 영향
법원이 헤르메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 회장 등 세 이사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SK(주) 이사회가 SK글로벌 지원에 나서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최태원 회장은 수감중이어서 애초에 이사회 결의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이사는 SK(주)의 지원을 통한 SK글로벌 회생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SK(주)의 이사는 총 10명으로 최태원 회장, 손길승 회장, 김창근 이사외에 황두열 대표이사와 유정준 전무이사 등 5명의 사내이사와 박호서 이사 등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명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전체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이라는 의결요건 충족이 더 어려워진다. 사내이사들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사외이사들의 찬성표가 추가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된다.
그러나 최근 소버린자산운용과 시민단체들이 SK글로벌 지원에 배임 혐의가 있을 경우 즉시 법적 고발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쉽게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SK글로벌 지원 반대 본격화..SK(주) 대응 관심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SK(주)측이 법원의 판결 이전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서 출자전환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헤르메스 자산운용은 소버린과는 관계없는 회사로, SK(주) 발행주식 총수의 0.7%(9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헤르메스 측은 최근 법무법인 명인과 접촉을 통해 SK(주)의 SK글로벌 지원에 대한 대책을 협의해 왔으며 SK(주)가 이사 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SK글로벌 지원을 기정사실화하자 서둘러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헤르메스가 소버린를 대리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주) 노조와 소버린자산운용이 이사진들에 대해 배임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데 이어 헤르메스가 의결권 제한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SK글로벌 지원에 대한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10일 두번째 이사간담회를 가진 SK(주) 사외이사들은 SK글로벌의 수익창출 능력 등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SK측에 요청했다. 이같은 상황은 사외이사들도 SK글로벌 지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어 앞으로 SK(주)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