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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4년간 이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2020년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지만 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다는 SEC가 더 이상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리플과 SEC간의 악연은 지난 2020년 12월 시작됐다. SEC는 XRP가 증권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증권법에 따른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갈링하우스 CEO를 비롯한 리플 주요 경영진들은 지난 4년간 논란을 주도한 겐슬러 위원장과 SEC를 비판하며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이 같은 소송은 최근 일단락됐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소송을 맡아온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남부지방법원 판사가 SEC가 요구한 과징금 및 민사상 벌금 20억달러가 아닌 1억2500만달러(약 1720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려서다. 당초 SEC가 제시한 금액에서 약 94% 줄어든 금액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XRP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하면 규제 명확성을 지닌 유일한 디지털 자산이라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해준 것”이라며 “SEC가 구형한 벌금 20억달러도 94%나 감액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대선에 따른 가상자산 산업 판도에 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곳이 집권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인 만큼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기술은 초당적인 것으로 가상자산 또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화당이 조금 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것은 맞지만 민주당에서도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에도 판사들이 ‘디지털 자산 증권’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는 용어를 쓴 SEC를 비판했다”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돼도 그의 임기는 끝날 것이라는데 돈을 걸겠다”고 덧붙였다.
소송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낸 리플은 이날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탁(커스터디)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 및 시중 은행들과 협업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과거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협업했었지만 리플의 제품이 직접적으로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며 “그러나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만큼 앞으로 협업하고 싶다. 한국 금융위원회가 2025년 상반기 중 명확한 규제안을 전달하겠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