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나이 제한' 놓고 와글와글

연령 제한 없다보니 60대도 50년 주담대…투기 부채질
당국, 만 34세 이하 적용 검토
"기준 뭐냐" "역차별" 4050 불만도
  • 등록 2023-08-14 오후 3:52:19

    수정 2023-08-14 오후 4:06:03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차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투기 심리를 부채질한다는 의견부터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대출 대상 여부를 가르는 나이를 놓고도 “대체 기준이 뭐냐”는 말들도 많다.

(사진=연합뉴스)


약 한 달 전부터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내놓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받은 건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이 줄고,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물론 이자 총액은 불어난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문제 삼는 쪽은 연령 제한이 없다보니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DSR은 연소득에서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의식 아래 50년 만기 주담대를 뜯어보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신한은행을 제외한 은행 대부분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만 39세 이하’라는 조건을 걸었던 카카오뱅크(이하 카뱅)는 지난 10일 되려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며 나이 제한을 없앴다. 제도상으론 60대 이상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나이 제한을 설정한 것은) 실질적 차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이는 차주들을 중심으론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한 나이 제한 조건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책 금융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50년 만기)과 동일한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되자,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에는 “4050세대는 죽으란 거냐” “만 34살 이하는 실수요자이고 35~36살은 아닌가” “만 34세 이하만 집 사라는 거냐”라는 등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민간 회사와 고객 간 개별 계약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50년 만기 상품이 인기를 끄는 건 초장기로 큰 돈을 빌려도 집값이 오르면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몇 년간 집을 보유하다 가격이 뛰면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면 된다고 여긴다. 즉,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50년 주담대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원금 상환이 어렵고, 노후에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50년 노비 문서’ 등 50년 만기 상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50년 만기 주담대 자체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다만 실질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들에게 대출이 나가게 되면 상환을 미루면서 대출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대출 상환 능력이 되는 시점과 시기를 평가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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